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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회> 친구 아들 결혼식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3/09/12 [17:38]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친구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아들 결혼식이 있다고 했습니다. 모바일 청첩장을 받아보니 결혼식장이 서울이었습니다. 고속버스로 갈까 고민하다 KTX를 예약했습니다. 고속버스 탈 때는 차멀미 때문에 제일 앞자리에 타야 하고, 갑자기 화장실 가고 싶을까 봐 걱정스러움이 있었는데 KTX는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서 편안했습니다. 차멀미가 나지 않고 화장실이 급할 땐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안도감 때문이었습니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앞뒤로 가득했습니다. 왠지 수학여행 가는 기분과 함께 잠시 잊고 살던 낭만까지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창밖 경치를 볼 때는 빠른 속도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음 정거장이 빨리 돌아오는 걸 보면 열차가 고속으로 운행 중인 것은 분명했습니다.

 

 용산역에서 하차하여 전철 타는 곳으로 갔습니다. 표를 구매하려는데 신용카드가 안 보였습니다. 집에 놓고 온 것입니다. 휴대폰에 신용카드가 내장되어 있어서 카드를 올리라는 곳에 휴대폰을 올렸는데 잔액이 부족하다는 멘트가 나오며 에러가 발생했습니다. 주위를 살펴보니 자동 티켓 발매기가 보였습니다. 이미 통과한 남편한테 손을 길게 뻗어 신용카드를 받아왔는데 `체크카드와 신용카드는 사용 불가`라고 적혀있었습니다. 현금으로 결제해야 하는데 수중에 10원도 없었습니다. 

 

 가방을 바꿔 들고 오면서 카드와 현금을 가져오지 않은 것이 낭패였습니다. 다시 남편한테 가서 현금을 달라고 했습니다. 남편이 건네주는 현금을 받아서 드디어 지하철 티켓을 무사히 구입했습니다. `평소에 들고 다니던 가방을 들고 왔으면 이런 일이 없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후회가 몰려왔습니다. 만약에 혼자 왔으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으로도 식은땀이 났습니다. 

 

 대학 동창들 여러 명이 결혼식에 참석하는데 나를 보고 싶어 한다고, 친구가 결혼식 전날 알려왔습니다. 그 동창들은 모두 서울에서 직장 잡고 결혼해서 지금까지 쭉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대학 졸업한 지 오랜 세월이 지나 처음으로 만나게 되니 반가움에 앞서 여러 가지로 신경이 쓰였습니다. 

 

 대학생 때의 순수하고 푸릇한 모습으로 동창들 기억 속에 박제되어 있는데, 혹시 굵은 주름과 세월의 찌든 모습으로 추레하게 비치지 않을지 불안감이 몰려왔습니다. 갑자기 옷과 신발을 구매하기도 너무 늦어서 어쩔 수 없이 평소에 입고 있는 오래된 원피스를 입었습니다. 

 

 그때 문득 큰아들이 첫 월급날, 내가 싫다고 거부하는데도 끝까지 고집부리며 사준 가방이 보였습니다. 아들로부터 월급의 몇 배가 되는 고가의 명품 가방을 선물 받고 마음이 안 편하고 딱히 들고 다닐 일도 없어서 방 한쪽에 놔둔 상태입니다. 제발 자기가 선물한 가방을 들어 달라는 아들의 성화에 시늉으로 몇 번 들었을 뿐입니다. 명품 가방이라도 들면 촌스러움이 조금이라도 가려지지 않을까 하는 얇은 생각으로 뜨거운 맛을 본 느낌이 들었습니다.  

 

 결혼식장에 도착했는데 너무 이른 시간이라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앞 순서 결혼식을 보면서 기다렸습니다. 얼마를 기다리자 혼주석에 처음 보는 젊은 남자가 와서 방명록을 꺼냈습니다. 

 

 신랑하고 어떤 관계인지 묻자 신랑하고 친하게 지내는 형이라고 했습니다. 방명록에 첫 번째 순서로 이름을 적고 축의금을 내밀었습니다. 그 사람은 감사하다며 공손하게 축의금을 받더니 자기 바지 호주머니에 넣었습니다. 축의금 목록도 적지 않는 모습에 의아했습니다.

 

 얼마 후에 친구 남편이 도착했습니다. 몇 년 만에 만남이라 반갑게 인사하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친구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결혼식 끝나자마자 열차 시간 맞춰 출발해야 해서, 식전에 먼저 식당으로 갔습니다. 

 

 식사 끝내고 식장에 도착해서 화촉 밝히려 입장 준비 중인 친구와 간단하게 인사했습니다. 훌륭하게 아들 둘을 키워서 결혼시키는 친구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사랑스러운 신랑과 신부의 결혼식 모습을 그냥 흘려보내기 아까웠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했습니다. 친구에게 모두 전송해주고 집으로 내려왔습니다. 결혼식장을 빽빽하게 채운 하객 사이에서 동창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축하객 중에 1번으로 와서 축하해주고 사진과 영상을 찍어주고 적지 않은 축의금까지, 정말 고맙다고 했습니다. 혹시 불안한 마음에 축의금이 얼마인지 확인했더니 내가 냈던 금액이 맞았습니다. 명품 가방을 들었지만 정작 동창들은 만나지 못하고, 축의금이 분실될까 봐 불안했지만 혼주에게 제대로 전달되었습니다. 외형의 모습이 아니라 마음이 좀 더 품격을 갖춘 명품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부끄러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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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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