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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1회> 대둔산과 완산 칠봉 꽃동산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4/04/16 [16:34]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대둔산 산행에 나섰습니다. 여동생과 함께하고 싶어서 물어보니, 같이 가겠다고 했습니다. 남편과 등산 배낭을 챙기며 생각해보니 6개월 만이었습니다. 남편이 무릎 수술하고 치료받는 동안 산행을 하지 못했습니다. 

 

 안정을 취한 뒤에, 평지만 살살 걷는 것으로 운동해왔습니다. 그러다 이제 산행해도 될 듯하여 오랜만에 챙기고 나선 것입니다. 여동생도 기대된다며 기뻐했습니다.

 

 봄에는 안 예쁜 것이 없습니다. 유난히 감나무가 많이 보였습니다. 연초록색으로 새싹처럼 매달려있는 감나무 잎이 앙증맞아 감탄사를 연발하다 보니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케이블카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산행 시간이 왕복 2시간으로 단축됩니다. 케이블카에서 내린 후에도 금강 구름다리와 우리나라에서 제일 위험한 삼선 계단을 거쳐, 경사가 심한 돌계단을 1시간을 올라가야 합니다.

 

 미리 조사해보니, 첫 케이블카 운행 시간이 오전 9시였습니다. 일찍 서두른 덕분에 직원보다 먼저 도착했습니다. 직원이 출근하길 기다렸다가 1번으로 케이블카 왕복표를 발급받았습니다. 케이블카 승강장은 텅 비어있었습니다. 케이블카 운행 시간이 30분 이상 남아서, 탑승하는 곳과 제일 가까운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습니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들어와서 우리 옆자리부터 뒷자리로 차례차례 채워졌습니다.

 

 이윽고 운행 시간이 가까워지자, 직원이 탑승 입구에 막아놓은 쇠사슬을 걷었습니다. 직원에게 걸어가는데 뒷줄에 앉아있던 20대 아들과 딸이 순식간에 우리 앞으로 섰습니다. 이어서 부모도 같은 일행이라서 함께 가야 한다며 우리 앞으로 왔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젊은 애들한테 갑자기 새치기를 당하니 여동생도 어이가 없었던지, 혼잣말로 “참나!”라고 했습니다. 그 순간, 앞에 서 있던 가족의 아들이 갑자기 고개를 휙 돌리며 나를 쏘아봤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말한 것으로 오해한 듯했습니다. 새치기하고 반성은커녕, 자기 부모 연배인 나를 째려보는 모습에 더욱 어이가 없어지며 기분이 상했습니다. 그런데 애써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케이블카가 도착하고 문이 열리자, 그 얌체 가족 네 명은 재빨리 달려가서 의자를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우리는 그 가족 옆에 서 있었습니다. 웃으며 즐겁게 이야기하는 모녀의 모습이 예쁘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케이블카 이동 시간은 6분이었습니다.

 

 케이블카에서 내린 뒤에 우리는, 좀 전의 어이없던 상황을 이야기했습니다. 동생의 혼잣말을 듣고, 얌체 가족의 아들이 나를 째려보았다고 말했더니 남편과 여동생이 놀랐습니다. 이렇게 기본 매너 없는 가족은 처음이었습니다. 자녀들의 새치기하는 행동을 나무라기는커녕, 같이 동참하는 부모의 모습이 특히 실망스러우며 걱정되었습니다. 

 

 전망대에 도착해서 시원한 전경을 바라보니 답답했던 마음이 펑 뚫렸습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안 좋은 기분도 함께 날려버렸습니다. 전망대 옆 휴게소에서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먹고 말랑말랑해진 기분으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의 산행이라 숨이 가쁘고 다리가 무거웠습니다. 험한 산행이 처음이라 걱정했던 여동생은 다람쥐처럼 앞장서서 잘 올라갔습니다. 진달래꽃과 절경을 바라보며 즐겁게 산행을 마치고 무사히 하산해서 전주로 향했습니다. 전주에 있는 국립무형유산원에 주차했습니다. 

 

 걸어서 한옥마을의 맛집에서 칼국수를 먹고 ‘완산 칠봉 꽃동산’으로 향했습니다. 전국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6시 내 고향’ 등 방송에 소개되며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처음 와본 동생에게 꽃을 보여주려고 왔는데, 사람이 더 많은 듯했습니다. 왜 이렇게 꽃이 예쁘냐며 동생이 감탄하길 기대했는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냐며 놀라기부터 했습니다.

 

 꽃동산은 완산 칠봉(완산 공원) 인근 토지주인 김명섭님이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1970년대부터 사비를 털어, 공원에 겹벚나무·철쭉·백일홍·단풍나무 등을 심고 40년을 가꾸어왔습니다. 전주시에서도 공원 시설을 늘리고 각종 꽃나무를 추가로 심으며 가꾸기 시작했습니다. 

 

 곳곳에 편히 쉴 수 있는 정자와 아기자기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전망대에서는 남부시장과 전주시 구도심이 한눈에 보입니다. 특히 4월이 되면 풍성한 겹볒꽃으로 이루어진 꽃 터널과 붉게 타오르는 철쭉꽃이 장관을 연출합니다.

 

 얌체 같은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일평생을 희생과 봉사를 실천하는 분도 계십니다. 한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떤 삶을 택할지, 깊이 생각하게 하는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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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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