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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어휘력] 유선경
 
울산광역매일   기사입력  2024/04/16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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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고 싶어 합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을 보고 말빨이 좋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에게는 글발이 좋다고도 하고요. 그렇게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요? 이 책은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 다독가이며 작가인 저자가 결국 그 능력의 핵심은 어휘력에 있다는 주장을 담은 책입니다.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는 것은 적재 적소에 알맞는 어휘를 넣어서 쓰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나 한국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은 특별히 어휘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매일 쓰는 것이 한국말이기 때문입니다. 

 

어휘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 있습니다. TV에서 관찰예능이 엄청나게 인기를 끌고 있어서 여러편을 보다보면 사람들이 부지불식간에 감정이 상하고 의사소통에 문제를 겪는 것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 프로그램 속의 사람들은 컨셉이 주어진 상황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데도 상황은 나빠지고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오해와 갈등의 중심에 서곤 합니다. 커플 매칭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관계가 잘 진행이 되다가 엉뚱한 말 한마디로 관계를 망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 인성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적절한 어휘 선택에 실패함으로써 관계를 어색하게 만드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는 특정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것을 건망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건망증이 아니라 어휘력 부족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휘력은 일종의 컴퓨터로 따지면 캐시 메모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주 방문한 곳, 자주 가본곳은 컴퓨터의 캐시 메모리에 저장이 됩니다. 그래서 필요할때 즉시 출력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캐시 메모리의 기능인데 사람의 말도 그런것 같습니다. 문장의 글을 쓰다보면 수많은 문장을 읽고 써본 사람들은 인풋과 아웃풋을 모두 많이 해봤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출력이 빠르고 유연하기 마련입니다. 처음 써본 단어를 그것도 문장으로, 심지어 수십분, 한시간씩 말해야 하는 경우, 어휘력의 한계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어휘력은 문장 구성을 통해 끊임없이 연결되어야 하는데 적절한 낱말이 떠오르지 않아 그 연결이 매끄럽지 않다면 당연히 말하는 것이나 글을 쓰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어휘력은 사실상 책을 읽는 것 같은 인풋과 그것을 바탕으로 생각하는 아웃풋 작용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책이 머리에 잘 안들어오는 이유는 문장을 읽을때, 문장을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요소인 어휘가 낯선 경우입니다. 우리가 영어 문장을 읽을때, 원어민과 다르게 잘 해석이 안되고 어려운 이유는 그 문장을 이루는 단어 자체가 낯선 것이기도 하고 어휘와 어휘가 만나서 뜻이 달라지거나 다양한 의미를 갖는 변화에 대해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단어를 외울때, 숙어를 외우고 이디엄을 배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작업을 자주 하지 않으면 독해 자체가 안됩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외국어에 한정된 이야기일까요? 

 

모국어 역시 당연히 자주, 반복적으로 익숙한 단어들에 대해서 우리는 의미를 쉽게 파악하고 전달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책을 잘 읽으려면 어휘력이 필요하니 이는 쉬운 책부터 차근차근 읽어가는 독서의 단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책에 따르면 수많은 학자들이 인간의 뇌는 독서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고 합니다. 문자의 발명은 물론 인간이 책을 읽게 된 것도 그렇게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독서가 인류의 기적적 발명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22개 국가중 문서해독능력이 19위로 하위권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책을 읽을 수는 있지만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는 실질 문맹의 비율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언어의 한계는 상상과 인식의 한계가 이유이자 결과가 됩니다. 상상과 인식이 빈곤해지면 언어도 빈곤해집니다. 그러나 역으로 언어가 빈곤해지면 상상과 인식도 빈곤해지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언어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서로 약속한 대상의 인식의 명칭이 같다는 것인데 그것이 없다면 말과 같기 때문입니다. 

 

언어의 한계가 인식의 한계, 상상의 한계가 되는 것은 우리의 일상속에서 너무 많이 발생합니다. 이 책에서는 배를 먹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배를 먹고 싶다고 말하다 배 맛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을 빗대어 설명했습니다. 배를 먹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배 맛과 비슷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결국 설명하는 것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저라면 식감은 오이와 비슷한데 맛은 아주 단 오이에 꿀을 묻혀놓은것 같다고 말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말이 과연 정확한 표현일까요? 그런 점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인식의 한계속에 모든 개념을 때려 넣으려는 시도를 너무 자주 합니다.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노상강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말이지요. 

 

바다색이 파랗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일반적이고 어떤면에서는 상식이라고 여겨 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바다가 파랗다는 공식처럼 정답을 외운 것이지 진짜로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우리나라의 바다색이 파란색일까요? 저자는 독일에서 어떤 사람의 질문에서 우리나라 삼면의 바다색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언어는 관심에서 시작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어휘는 체험한 낱말의 총합이라는 말도 의미심장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어지만 아주 낯설거나 심지어 처음보는 낱말도 접하게 되었습니다. MZ 세대의 빈약한 어휘력을 은근히 흉보던 기성세대로서 상당히 낯뜨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의사소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러려면 우리가 하는 말의 중요성을 되짚어봐야 합니다. 이 책에서는 일단 맞춤법과 기본 문법부터 잘 익히고 독심술보다 말의 힘을 믿으라고 말합니다. 제대로 말을 듣고 이해한다면 오해의 소지는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나를 공격하는 마음이 있는 말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나의 오해인 경우도 상당히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내 말이 타인의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그 후에 생각하는 연습, 틀만드는 연습, 기본 문장 쓰기 등 실제로 적용해볼 수 있는 연습들이 꽤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안내가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필사도 유용한 방법중 하나입니다. SNS와 글읽기의 차이점도 기술되어 있습니다. SNS의 알고리즘에 빠지는 것을 외세의 침략이라고 표현한 부분이 아주 적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휘력 확장이라고 하면 금새 영어단어를 외우던 습관을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말을 그런식으로 외운다면 정말 재미가 없겠지요? 따라서 어휘력을 높이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책을 읽는 독서행위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책을 읽고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고 살피면서 거기에 더해 묵상해본다면 더할 나위없이 훌륭한 어휘력 확장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예배에 들어가서 하나님의 말씀을 곱씹어 보고 묵상해보는 행위는 영적인 존재인 인간이 해야 할 가장 인간다운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체험해보지 못한 것을 체험하면 어휘의 확장이 된다고 하는데 이런 경험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체험이 될 것입니다. 천국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천국을 이야기할 수 없겠지요? 우리가 가야할 나중의 천국말고도 이 땅에서 누릴 하나님 나라가 바로 천국입니다. 이것을 전달하는 것이 전도입니다. 그렇다면 영적 어휘의 확장은 당연히 예배와 기도의 체험으로부터 나와야 합니다. 이 체험이 있기를 바랍니다. 

 

[출처] 2024년 4월 16일 오늘의 책 : [어른의 어휘력] 유선경 (문헌정보팀 WE) | 작성자 문헌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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