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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회> 새로운 라이벌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4/02/13 [16:50]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설날이 다가오자 고민이 생겼습니다. 너무 어려서 면역력이 약한, 큰아들의 아기 때문입니다. 명절에 찬 바람 쐬면서 사람들 많은 곳으로 외출하는 것이 신경 쓰였습니다. 다행히 부모님께서 라율이를 데려오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증손녀인 라율이를 보고 싶어하시는 부모님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설날 오전에 부모님을 찾아뵌 뒤, 오후에 큰아들 집으로 모시겠다고 말씀드리니 거절하셨습니다. 기뻐하실지 알았는데 의외였습니다. 

 

 이유가 궁금해서 여쭤보니, 늙은이들이 정월 초하루부터 아기를 찾아가서 울리기 싫다고 하셨습니다. 아기가 낯을 가려서 조심스러우신 듯했습니다.

 

 아기가 반갑고 귀여워도, 처음에는 멀리에서 곁눈으로만 살살 보다가 천천히 조금씩 다가가면 낮을 덜 가린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도 끝내 사양하셨습니다. 

 

 결국은 설날 오전, 우리 가족만 큰아들 집을 방문하여 라율이를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멀찌감치 앉아있다, 라율이 눈치를 보면서 서서히 다가갔습니다. 작전은 성공이었습니다. 다행히 짧은 시간이지만, 라율이를 품에 안을 수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아들이 라율이에게 장난감을 주며 아기 의자에 앉혔습니다. 그러자 옹알이까지 하며 혼자 놀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함께 떡국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아들 키울 때 일이 생각났습니다. 상으로 올라오고 밥그릇을 덮치려고 해서, 부부가 함께 식사하는 건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한 사람이 식사할 때 다른 사람은 아기를 안거나 업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라율이는 우리를 보면서 아기 의자에 앉아서 놀고, 우리는 식탁에서 라율이를 보면서 평화롭게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했습니다. 

 

 결혼하기 전에 아들한테 말하곤 했습니다. 너하고 똑같은 아들을 낳아서 키워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고….

 

 그런데 라율이가 협조를 안 해서, 아무래도 아들이 부모 마음을 알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점심 식사 후에 부모님 댁으로 갔습니다. 우리 가족이 집안에 들어서자, 무척 반가워하셨습니다. 부모님께 세배를 드리자, 아버지께서 모두에게 세뱃돈을 주셨습니다. 아기 때문에 세배하러 오지 못한 손자며느리와 증손녀인 라율이 세뱃돈까지 챙겨주셨습니다. 오히려 손자며느리는 우리보다 세뱃돈을 더 주셨습니다.

 

 새해 첫날에 증손녀 보여드리겠다며 초대해준 마음을 기특하게 생각하신 듯합니다. 아버지께서는 다음 달에 라율이를 보니까, 오늘 못봐도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3월 아버지의 생신에 가족들이 모두 모일 예정입니다. 라율이 때문에도 그날을 많이 기다리실 듯합니다.

 

 설 다음 날, 남편하고 오랜만에 운동을 나갔습니다. 바람이 쌀쌀했습니다. 천변 곳곳에 키 작은 풀이 애처롭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안쓰러운 마음이 앞서, 반갑다는 인사를 건네기 어려웠습니다.

 

 설날을 풍성하게 보내서인지, 운동 나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귀여운 강아지들을 보는 순간, 불치병이 도졌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보고 싶어 하다, 유난히 귀여운 대상을 보면 증세가 폭발하는 병!`이 깊은 한숨과 함께 자동으로 튀어나왔습니다.

 

 "아, 라율이 보고 싶다!"  

 

 설 연휴 마지막 날, 교외로 나가 점심을 먹었습니다. 오랜만의 외식이라, 바로 집에 들어가기 아쉬워 카페를 갔습니다. 풍광 좋은 저수지 주위로 네 개의 카페가 있었습니다. 카페 모두, 넓은 주차장에 차가 가득했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걱정했는데, 마침 2층에 한 자리 비어서 겨우 앉을 수 있었습니다. 잔디밭을 내려다보니 뒤뚱뒤뚱, 겨우 걸음마를 하는 여자 아기가 보였습니다. 아기 때문에 외출도 못하고 아파트에 갇혀 사는 큰아들 가족이 생각났습니다. 특히 며느리 생각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따뜻한 봄에, 함께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멋진 전경 사진을 가족 단톡방에 올렸습니다. 큰아들도 엄마 마음을 눈치챈 듯, 영상을 보내왔습니다. 라율이가 엎드린 채, 아기용 이불 레이스를 만지며 재미있게 놀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라율이가 공주인 것 같다며 유난히 레이스를 좋아한다고 말했던 며느리 이야기가 떠올라, 모두 웃었습니다.

 

 "에궁, 라이벌이 나타났네!"

 

 주책 할머니 한 마디에, 옆에 있던 작은아들과 남편이 뒷목을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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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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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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