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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회> 보고 싶은 엄마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3/12/05 [16:26]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하루 동안에 여러 번 울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 눈물을 삼켰습니다. 울면 안 되는 상황인데 저절로 눈물이 솟았습니다. 눈치 없는 상황에 당황스러웠지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덕분에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요양보호사 교육 마지막 날, 요양원 실습을 했습니다. 잘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 네 명이 3층에 배정되었습니다. 요양원 3층에 거주하는 인원은 여자 어르신 열여섯 분과 남자 어르신 여덟 분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제일 먼저 배정된 일은 청소였습니다. 여자 실습생 3명과 남자 실습생 1명은 빗자루와 밀대를 하나씩 들고 방을 차례차례 다니며 청소를 했습니다. 마른 수건으로 침상 머리도 닦았습니다. 

 

 어르신들은 대부분은 대화가 어려운 상황으로 겨우 몇 분만 대화가 가능했습니다. 대화가 가능한 분은 특히 우리를 반기셨습니다. 자연스럽게 말벗을 해드렸습니다. 그림 그리는 것도 도와드렸습니다. 

 

 어르신들이 식사하러 거실로 나오시자, 방에 가서 침상을 정리했습니다. 식사가 시작되자 젓가락질이 어려운 어르신 옆에서 반찬을 집어드리며 식사를 도왔습니다. 

 

 식사 후 거실에서 가요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어르신 한 분이 유난히 요양보호사 눈치를 봤습니다. 잠시 요양보호사들이 자리를 비우자 급히 휠체어로 이동해서 옷장에서 양말과 옷을 꺼냈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몰라서 요양보호사를 부르니 그분을 거실로 모시고 나왔습니다.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휠체어 잠금장치를 풀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갔습니다. 텔레비전 앞으로 모셔 오자 엘리베이터 쪽을 바라보며 자꾸 나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휠체어를 밀며 실내 산책을 시켜드렸습니다. 한 바퀴씩 돌 때마다 엘리베이터 앞에만 도착하면 나가시려고 했습니다.

 

 `엄마한테 가야 한다`며 애원하시는 85세 여자 어르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평정심을 찾으려 애쓰며 `나가시면 안 된다`고 붙잡는 내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치매로 일상생활이 어렵고 판단 능력이 흐려진 상황에서 어린 시절로 기억이 멈춘 듯했습니다. 이왕이면 엄마와 함께 있는 기억으로 멈췄으면 좋은데 안타까웠습니다. 

 

 어르신 본인도 연세가 많고 엄마는 이미 돌아가신 지 오래인데, 엄마 보러 갈 생각 하나로 삶의 의미를 지키고 계시는 모습이 너무나 애잔하게 느껴졌습니다. 

 

 얼마 전 학교에서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1학년 교실 5교시 수업시간, 상원이가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달라고 했습니다.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 뛰어 놀았더니 기침 나오고 손에 동상이 걸렸다는 것입니다. 

 

 상원이는 20대인 누나가 있는 늦둥이라서 평소에 어리광이 있었습니다. 수업 끝나고 엄마한테 전화해주겠다며 수업을 계속 이어나갔습니다. 그런데 여러 번을 더 전화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반 친구들이 상원이한테 엄마 보고 싶냐고 물었습니다. 상원이는 당황해서 아무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제일 앞자리에 앉은 남자 아이가 갑자기 엄마 보고 싶다고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 옆의 민경이도 엄마 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곧 집에 가면 엄마 보니까 조금만 참으라고 말하자, 저녁에 엄마를 못 본다고 말했습니다. 저녁에 잠든 뒤, 엄마 아빠가 늦게 오셔서 아침에 등교하기 전에 잠깐 본다고 했습니다. 언니들과 함께 저녁 먹고 지내는 듯합니다.

 

 민경이가 학교에서 자주 아프다며 집에 가고 싶어 하는 수수께끼가 조금 풀렸습니다. 건강한 상황에서는 부모님을 보기 어려운데 아프다고 하면 부모님 중에 한 분이 걱정하면서 달려와서 병원 데려가고 함께 있어 주기 때문인 듯했습니다. 

 

 상원이 엄마한테 전화를 드리자 유쾌하게 웃으면서 곧 데리러 오겠다고 했습니다.

 

 1학년 학생이 엄마 보고 싶어 할 땐 귀엽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한걸음에 달려와 줍니다. 그런데 고령의 어르신은 아무리 엄마를 그리워해도 만날 수가 없습니다.

 

 연세 많으신 우리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오늘은 여러 번 전화하니 걱정스러운 말투로 무슨 일 있는지 물으셨습니다. 엄마 목소리 듣고 싶어서라고 했더니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부모님께서 생존해 계셔서 직접 뵐 수 있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상황이 얼마나 복이 많은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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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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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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