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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회> 비도 참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3/07/18 [16:40]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어떤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시골 부모님 댁에 맡겨서 양육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휴일이라 아이와 함께 있는데 비가 내렸습니다.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가 창밖으로 세게 퍼붓는 빗줄기를 보더니 뒷짐을 지고 말했습니다. 

 

 “아이고, 비도 참 지랄맞게 오네!”

 

 아이가 시골에서 생활하며 할머니께 자연스럽게 배운 것입니다. 아이 엄마가 깜짝 놀라서 시골 부모님 댁에서 아이를 데려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요즘 이 아이의 말이 떠오르며 어느 때보다 공감되고 있습니다.

 

 예전에 베트남 갔을 때입니다. 

 

 한여름 뜨거운 햇살로 눈 뜨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습니다. 수시로 비가 내리는 우기(雨期)였습니다. 태양을 피해서 양산을 들었는데 우산으로 용도 변경되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양산을 깜빡하고 휴대하지 않은 날은 처마 밑에서 비가 그치기를 한참씩 기다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며칠의 장마가 아니라 길고 긴 우기(雨期)로 게릴라성 폭우가 무섭게 쏟아붓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마음 아픈 일이 많았는데 올해도 역시 그렇습니다.

 

 신문 보도와 뉴스를 보면 사건 사고로 소중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집에서 잠을 자다 산사태로 집이 무너져서 난임으로 어렵게 임신하여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또한 출근길에 지하차도를 통과하다 많은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재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공무원, 소방관, 경찰관, 군인들이 현장에 급파되어 인명 구조와 사건 수습에 최선을 다합니다. 또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스스로 달려가서 몸을 아끼지 않고 헌신하는 봉사원들도 있습니다.

 

 순식간에 물이 들어차서 출근길에 14명이 사망한 오송 지하차도 사건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시내버스는 평소 운행하던 노선이 통제되어 있어서, 다른 길로 우회하다 지하차도에서 사고를 당했습니다. 베테랑 운전기사가 창문을 깨면서 승객들을 탈출을시키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그중에는 승용차로 출근 중에 위험을 감지하고 역주행을 하면서까지 다행히 탈출한 운전자도 있었습니다. 

 

 또한 정영석씨는 차량에서 내려 철제 구조물을 잡고 밖으로 나오다 다른 화물기사의 도움으로 빠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던 사람들을 잡아끌어 인명을 구했습니다. 손바닥 곳곳이 벗겨지고 깊게 파인 상처가 힘들고 급박했던 상황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휴대 전화가 울렸습니다. 처음 보는 번호였습니다. 

 

 “선땡님~!”

 

 특유의 발음과 말소리에 누구인지 금방 알았습니다. 올해 2월까지 근무하던 학교의 제자입니다. 올해 3월 그 아이는 중학교 1학년이 되고, 나는 지금 학교로 전근오는 바람에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지금 어디냐고 물었습니다. 학교라고 대답했더니, 지금 비 오냐고 물었습니다. 마침 소강상태여서 비가 안 온다고 했더니 “그래요?”라고 안심한 듯 대답했습니다. 자기 학교는 지금 비가 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작별 인사하고 끊었습니다. 짧은 통화였지만 울림이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폭우 속에서 인명피해 뉴스를 접하다, 문득 헤어진 선생님이 생각나고 걱정되었나 봅니다. 6년 동안 챙긴 보람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발달단계가 늦어서 기다려주고 특별히 챙겨줘야 하는 아이였습니다. 

 

 예전 학교에서 근무하며 한글도 늦게 떼고 자신감이 부족했던 아이에게 특별히 ‘동시’ 지도를 해줬었습니다. 숙이는 동시 공모전에서 상도 타고 신문에 동시가 발표되며 자신감이 생겨서 학교생활에 좀 더 잘 적응하며 적극적으로 지냈습니다. 

 

 지금도 신문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자기 동시를 찾아서 읽고 있다고 했습니다. 전화번호를 알려 준 적도 없는데 여러 경로를 거쳐서 전화번호를 알아내 안부 전화해온 것이 기적처럼 다가왔습니다. 

 

 하늘에 구멍 난 것처럼 폭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야 할 때입니다. 되도록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고 안전에 특별히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사건 사고 소식과 함께 햇살을 보기 어려워, 어느 때보다 우울해지기 쉬운 여건입니다. 하늘을 바라보며 불평불만으로 시간을 채워선 안 되겠습니다. 서로서로 챙겨야 할 때입니다. 기다리기만 하지 말고, 내가 먼저 안부 전화로 따뜻한 마음을 전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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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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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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