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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회> 귀한 아기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3/08/30 [17:50]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여름방학에 학생들 인솔해서 캠프 두 곳을 다녀왔습니다. 멀리 가서 문학상도 수상하고 왔습니다. 알차고 보람있게 보냈다는 생각으로 뿌듯했습니다. 이제 개학까지 1주일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불청객 감염병이 찾아오면서 일주일간의 귀한 시간이 정지되었습니다. 고열과 오한으로 솜이불을 덮은 채 덜덜 떨고 나면, 방금 물에서 꺼낸 듯이 옷과 이불이 흥건하게 젖었습니다. 

 

 증상이 심해지면서 `이대로 죽으면 어쩌지?`라는 걱정까지 몰려왔습니다. 평소에 약을 먹기 싫어하는데 해열제를 열심히 챙겨 먹었습니다. 끙끙 앓는 와중에도 방학 때라서 학교에 피해를 안 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름방학 때 얼굴 보자고 약속했던 친구들이 생각났습니다. 감염병에 걸려 격리 상태라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모두 걱정하면서 쾌유를 빌어주었습니다. 며칠 고군분투 끝에 서서히 회복되어갔습니다. 못 먹고 앓은 덕분에 급격히 살이 빠졌습니다. 자연스럽게 다이어트를 하게 된 것입니다.

 

 개학하면서 다시 바쁜 일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집 밖으로 나와서 활동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미각, 후각도 얼마나 감사한 감각인지 함께 깨닫고 있습니다. 

 

 아직도 입맛을 모르겠고 냄새도 맡지를 못합니다. 불편한 점이 많고 다시 감각이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면서도, 체중이 유지되고 있는 점은 다행으로 다가옵니다.

 

 해마다 내 생일이 돌아오면 부모님을 모시고 특별한 맛집을 방문합니다. 부모님께서 좋아하시는 음식을 대접해 드리며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올해는 여름방학 기간에다 일요일이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부모님과 저녁 식사 뒤에 아기를 보러 가기로 했는데 갑자기 코로나19에 걸린 것입니다.

 

 부모님께서는 증손녀 보실 꿈에 부풀어 계시다가 실망이 크셨을 텐데 아픈 딸을 생각해서 내색하지 않고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생일 감사 식사와 아기를 보러 가는 일정이 예정보다 일주일 늦어졌습니다. 

 

 식당은 이름난 맛집이라 많은 손님으로 북적거렸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요즘 입맛이 없어서 잘 먹지 못했다며 맛있게 드셨습니다. 아버지 역시 맛있게 드시더니 갑자기 식사를 멈추셨습니다. 귀한 음식이니 포장해가서 큰 손자를 주자고 하셨습니다. 아기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손자가 걸리신 듯했습니다. 요즘 젊은 애들은 더 잘 먹는다며 가까스로 아버지를 만류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아기를 보러 갔습니다. 큰아들과 며느리가 반갑게 맞았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손부터 씻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누워있는 아기를 바라만 보셨습니다. 

 

 아기를 안고 아버지께 다가가서 안아 보실 것인지 여쭤보니 환하게 웃으시며 팔을 활짝 벌리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증손녀를 안으시고 "내가 증손녀를 안아 보다니!"를 연발하시며 무척 감격스러워 하셨습니다.  

 

 아기가 딸꾹질을 했습니다. 내가 안아서 우유를 먹이자 다행히 잘 먹었습니다. 우유 먹는 모습을 가족 모두 사랑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아기가 딸꾹질을 멈췄습니다. 이번엔 어머니께 아기를 안겨드렸습니다. 어머니도 아기를 안으시며 많이 감격스럽다고 하셨습니다. 이어서 아버지께 다시 안겨드리니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그리고 아기가 예쁘게 생겼다는 말씀을 연거푸 하셨습니다.

 

 작은아들과 남편은 아기를 바라만 봤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께 조금이라도 더 아기 안을 기회를 드리려는 것 같았습니다. 며느리가 과일을 가져와서 드시라고 했지만 모두 과일은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모두 아기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습니다. 아기는 딸꾹질하다 하품하다 기지개를 켜다 팔다리를 계속 움직였습니다.

 

 가족 모두 신기하게 지켜보며 감탄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아기의 아빠인 큰손자가 어려서 얼마나 영특했는지 말씀하시며 아기가 많이 닮았다고 하셨습니다. 증손녀를 만나고 돌아오시는 길에 아버지께서 여러 번 말씀하셨습니다.

 

 "귀한 아기를 보여줘서 고맙다"라고….

 

 증손녀를 안고 기뻐하시며 귀하게 여기시는 부모님께서 건강하게 살아계셔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말씀을 못 드리고 속으로만 생각했습니다. 속마음을 보이지 않던 아버지께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표현하시는 모습이 의외였습니다. `나도 더 나이를 먹으면 아버지처럼 표현을 더 잘하게 될까?`라는 생각과 함께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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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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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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