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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회> 찰칵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21/12/19 [17:36]

어젯밤부터 내린 눈이 

설원이 되었다

눈은 내리면서 적막하게 노래를 불렀을 것이고 

내린 눈은 포근하다 

뒤로 벌러덩 나자빠지며 찍었던 눈밭에

객지에 나가면 몸조심해라 

자주 소식 전하고 

어머니 말씀이 배경이 된 사진 한 장 남았다 

한 세상을 살다보면 

아직도 찍어야 할 것이 있다고  

내리는 눈이 앵글을 잡으며 포커스를 맞춰오며

마그네슘 플래시를 터뜨린다 

생의 전부를 담은 사진 한 장 

순간 포착으로

찰칵!

 


 

 

▲ 정성수 시인     © 울산광역매일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을 보며 비명을 질렀던 시절은 기억 속에만 남아있다. 추억은 쌓을 수 있어서 좋고 기억해 내면 행복하다. 사람들은 첫눈이 내리면 추억의 장소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기도 한다. 주재로부터 만남을 확인하는 순간은 첫눈처럼 환하다. 함박눈이 내리는 밤이면 먼 산에서 적막을 깨우는 듯 묵직한 부엉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할머니는 화롯불에 밤을 구워 주며 옛 이야기를 들려주던 어린 날의 겨울밤이 있었다. 고향집 뒤뜰에는 감나무가 있고 어머니의 장독대가 있었다. 배불뚝이 장독 안에서는 홍시들이 수줍게 붉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겨울밤에 먹는 홍시는 꿀맛이었다. 오늘처럼 함박눈이 내리는 날이면 고향집이 아련하다. 여름밤에는 풀잎에 맺힌 이슬이 보이도록 달빛이 좋고, 풀숲을 뛰어다니면 반딧불이를 쫓아다녔다. 고향의 가장 아름다운 경치는 대나무가지가 휘어지도록 함박눈이 쌓이고, 참새들이 마당구석에서 조잘대던 모습이었다. 침묵 같은 함박눈은 고향을 소환해 낸다. 고향은 나의 피난처이자 안식처였다. 대나무에 피어있는 눈꽃들을 바라보면 어디선가 눈 냄새가 났다. 함박눈은 내리는 눈이 아니라 퍼붓는 눈이다. 세상을 뒤덮겠다며 내리는 함박눈도 반드시 녹는다. 흰 눈이 녹은 자리는 질척질척해진 잿빛이 되었다가 서서히 일상을 되찾아 가는 것이 삶이다. 그러나 ‘우리네 인생도 언젠가는 저 함박눈처럼 흔적이 없어진다’는 사실이 마음 한구석을 저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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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12/19 [17:36]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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