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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회>초록 길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6/04/17 [17:10]
배추벌레가 배춧잎 뒤에서 사각사각 가위질을 하더니
하늘이 빤히 내다보이는 창문을 냈다
둥그런 하늘에서
초록 길이 작은 바람에도 푸르르 떤다

흰 구름과 몇 마리 새들이 초록 길을 따라 허공을 질러가면
배추벌레의 생은 배춧잎 뒤가 전부다
노동의 면적은 자꾸만 넓어지고
구멍은 바람이 드나드는 또 다른 초록 길이다

배추벌레가 지나간 거리만큼 초록 길이 자란다
실낱같은 길이 끝나면 길 하나가 지워지고
길하나 지워지면
다른 길 하나 문득 열린다

한 사람이 가고나면 한 사람이 다가오는 길

허공으로 걸어가거나 골목길을 걸어 왔던 사람들
배추벌레가 되어
울퉁불퉁한 바닥을 삼켜가며 간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오늘도 초록 길을 자분자분 걸어가는 사람 하나 있다

길은 지상에서 인간이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 또는 자동차 등을 타고 다니는 곳이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도 항로가 있고 바다를 오가는 배도 뱃길이 있다. 심지어 산짐승 ? 날짐승인 야생동물들에게도 길이 있다. 인간은 대개 길을 가면서 동반자가 있기를 바란다. 어떤 인간은 동반자의 짐을 자신이 짊어져야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어떤 인간은 자신의 짐을 동반자가 짊어져야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길은 떠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이처럼 삶의 방편으로서 길이 있는가 하면 인간이 살아가는데 따른 삶이 질로 표현되는 길이 있다. 그것은 자아自我다. 예수는 ‘영靈’이라 하고, 석가는 ‘법法’라 하고, 공자는 ‘덕德’라 하고, 노자는 ‘도道’라 하였다. 사고, 감정, 의지, 체험, 행위 등의 여러 작용을 주관하고 통일하는 주체가 되는 진정한 자아를 찾을 때 사람의 길, 나라의 길, 세상의 길이 참되고 아름답게 열릴 것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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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4/17 [17:10]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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