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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회>노숙자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6/02/28 [17:07]
사십대로 보이는 사내가 알 바닥에 신문지 몇 장 깔고 허리를 접은 채 잠을 자고 있다
지하철 밖은 이미 해가 중천이다
베개 대신 목을 괸 때국물 흐르는 운동화 한 짝
또 한 짝은 그 옆에서
입을 벌리고 세상을 향해 눈을 부라리고 있다
그가 맞은 매의 이력이다
빛을 등지고 돌아누운 등허리와 신문지 위에 게워놓은 새우깡 한 움큼
쓰러져 있는 소주병이
밤새도록 뱃고동소리를 낸 흔적 역역하다
그는 한 마리 새우였다
한 때는 망망대해 어둠의 바다 속을 허리를 접었다 폈다하면서
바닷물이 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증거 혁대 버클에 새겨진 휘장에 여지없이 나타나있다
사내는 바다 가운데 둥실 떠있는 섬을 고래보다 더 큰 희망이라고 말했을 것이고
물 밖의 세상도 겁나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날 섬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자 폐 가득 물이 차오르면서
여지없이 새우깡이 되었다
이제 어느 누가 허리를 펴주고 무엇이 바다로 보내 줄 것인가
사내가 꿈을 꾸고 있는 동안
바다를 향해 오가는 전동차들이 싱싱한 새우들을 실어가고 실어오고 있었다

1997년 IMF를 맞이하여 갑작스럽게 실직한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노숙자가 되었다. 노숙자 또는 노숙인은 주로 경제적 빈곤으로 인하여 정해진 주거 없이 공원, 역, 길거리, 지하철 등을 거처로 삼는 도시에서 생활환경이 나쁜 빈민 계급을 말한다. 거주지가 없기 때문에 홈리스(The Homeless)라고도 한다. 노숙자의 '노'는 '길 로路'가 아니라 '이슬 로露'다. 이처럼 로숙자가 아닌 노숙자인 이유는 ㄹ이 ㄴ으로 발음되는 두음법칙 때문이다. ‘로露’는 이슬의 의미도 있지만 '드러내다, 나타내다'라는 뜻도 있다. 노골적露骨的, 노점상露店商 등도 같은 예다. 노숙자露宿者의 공식 용어는 ‘부랑인’이다. UN은 노숙자를 집이 없거나 옥외 또는 단기보호시설 등에서 잠을 자는 사람 또는 집은 있으나 UN의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 집에서 사는 사람 혹은 안정된 거주권과 직업이 없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길거리나 역 따위에서 잠을 자는 사람만이 노숙자가 아니다. 직업이 없으면 마음의 노숙자다. 식솔들의 호구를 책임지지 못하는 가장은 가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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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2/28 [17:07]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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