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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회> 산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22/06/12 [18:40]

인간들의 발소리만 들어도 소스라치는 산

어미닭이 병아리들을 품어 긴긴 봄날 하루를 살아가는 동안에도

발자국 찍는 소리하나 내지 않듯이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산새와 나무와 꽃과 나비들이 깃들어 살아도

흔적 하나 남기지 않는다 산은

숨소리조차 조용조용하다 그러나 요즘 산은

불도저 포클레인 시동 거는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놀랠 일이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하지만

하루아침에 수십만 평의 산을 깎아 먹고도 끄떡없는

인간들의 거대한 식욕이 두렵다

오늘도 어떤 산은 

저승사자의 검은 발소리 같은

가까워지는 인간들의 발소리에 몇 번을 혼절한다

산은 인간들의 식욕보다 적막이 차라리 그립다

 


 

 

▲ 정성수 시인     © 울산광역매일

산山은 도전과 정복의 대상이 아니다. 힐링Healing이며 테라피Therapy다. 산山과 비슷한 글자 선仙은 `사람 인人`자와 `뫼 산山`자를 합한 것으로, 이는 사람이 산에 들어가면 신선神仙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휴休는 `사람 인人` 자 옆에 `나무 목木`으로 사람이 나무 곁에 선다는 뜻이다. 산에 가면 결국 도인의 경지에 이르른다하여 산행을 긍정적으로 평한 말이다. 모든 산이 높고 크고 험하고 가파른 것은 아니다. 어떤 산은 크고 높은 산 아래 나지막히 엎드려 있고, 어떤 산은 험하고 가파른 산자락에서 슬그머니 내려와 부럽게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순하디순한 길을 내주기도 하고 꽃과 나무와 바위를 보여주기도 한다. 옛 고사 공자孔子와 제자인 자공子貢의 문답 중의 요산요수樂山樂水는 지자요수 인자요산知者樂水 仁者樂山의 준말로 `지혜가 있는 자는 사리에 통달하여 물과 같이 막힘이 없으므로 물을 좋아하고, 어진 자는 의리에 밝고 산과같이 중후하여 변하지 않으므로 산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지혜로운 사람(智者)은 물과 같아 이치를 추구하고, 어진사람(仁者)은 태산처럼 우직하여 신뢰의 표상이 된다는 이말은 우리를 일깨워 주는 교훈이다. 보통 등산은 건강을 목적으로 산 자체를 오르내리는 데 목적을 둔다. 입산은 어머님의 품 같은 산으로 들어가서 위안을 얻으며 동시에 힐링Healing이며 테라피Therapy다. 산은 할 일없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 아니다. 삶이 절실한 사람들이 절실한 심정으로 찾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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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6/12 [18:40]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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