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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회> 선배를 응원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4/01/30 [16:34]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연수를 받았습니다. 연수 기간이 끝나고 공문 처리하러 학교에 갔습니다. 원격으로 집에서 업무를 해도 되는데 일부러 학교를 방문했습니다. 방학 중 근무하는 교직원들을 생각하며 뭐를 사갈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먹기에 간단하고 특별히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감귤을 샀습니다. 

 

 교무실에 들어서니 깜짝 방문에 모두 반가워했습니다. 행정실 직원들도 잠시 감귤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라고 불렀습니다. 

 

 그냥 와도 반가운데 무슨 금귤까지 사 왔냐며 한마디씩 했습니다. 너무 가격이 올라서 지금은 감귤이 아니라 금귤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감귤 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하면 55.8% 올랐습니다. 1년 사이에 1.5배 이상 가격이 뛰며 27년 만에 연일 최고가를 경신 중입니다. 

 

 감귤 열 개 한 봉지 소비자 판매가격이 7천480원인 곳도 있습니다.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기준 감귤(상품ㆍ10개) 소매가격은 5천327원으로, 오늘 산 귤이 가장 싼 귤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감귤 작황이 부진해서 가격이 오른 것 같아, 감귤 농사짓는 분들이 걱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알아보니까 다행히 그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감귤 작황은 지난겨울과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감귤 가격이 급등한 것은, 다른 제철 과일의 가격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딸기ㆍ사과ㆍ배ㆍ단감 등의 과일값이 급등하였습니다. 그러자 감귤에 수요가 몰리면서 감귤이 `금(金)귤`로 된 것입니다.

 

 감귤 외의 제철 과일은 모두 생산량이 줄었습니다. 주요 원인은 `이상기후` 때문입니다. 첫째는 사과ㆍ배ㆍ단감 등의 과일나무가, 꽃이 피는 봄철에 저온 피해를 입은 것입니다. 이른 봄엔 항상 꽃샘추위가 찾아옵니다. 

 

 온화해지던 날씨가 칼바람과 함께 기온이 뚝뚝 떨어지면서, 갑자기 때늦은 눈이 오기도 합니다. 이때는 항상 과일나무가 걱정됩니다. 유별나게 과일을 좋아하기에 과일값 폭등이 우려되어서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생육 시기인 초여름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일조량이 부족했습니다. 한여름이 되었습니다. 너무 더워서 탄저병에 걸리며 병충해 피해가 컸습니다. 그리고 9월이 되자, 태풍이 몰아쳤습니다. 병충해를 잘 버틴 과일이 수확을 목전에 두고 맥없이 떨어지는 모습에 농부들의 가슴은 새파랗게 피멍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과일나무가 꽃샘추위ㆍ장마ㆍ폭염ㆍ태풍을 온몸으로 겪으며 전년 대비 생산량이 감소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으로 끝이 아닙니다. 올해도 과일 생산성이 크게 좋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를 예측할 수 없는 데다 지난해 저장된 과일도 적기 때문입니다. 당분간 과일 가격이 내려가기 힘들 것으로 보여 한숨이 나옵니다.

 

 코로나19 발생하기 전, 베트남 여행에서 좋은 추억이 많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과일입니다. 처음 먹어보는데 특히 입맛에 맞은 과일이 있어서 무척 맛있게 먹었습니다. 조식 뷔페 때마다 그 과일 덕분에 행복한 시간이었고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 전에 태국으로 직원 여행을 다녀왔던 추억 역시, 열대 과일을 맛있게 먹었던 시간이 제일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처음 맛보는 과일 맛은 새롭고 신비하기까지 했습니다. 

 

 베트남 여행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나니 슬슬 집 생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보름 만에 귀국해서 집에 오니 모든 것이 흡족하고 좋았습니다. 단 한 가지, 베트남의 과일 생각이 문득문득 나며 좋은 기후가 부러웠습니다.

 

 교장으로 퇴직한 선배와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직접 수확한 것이라며 방울토마토를 꺼냈습니다. 싱싱하고 맛있었습니다. 시골 고향에서 사업을 시작한 사위의 `스마트 팜` 일을 돕고 있으며, 딸이 드디어 임신했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쌍둥이를!

 

 싱글벙글 기쁜 소식 선물 보따리를 펼쳤습니다. 중등교사로 퇴직한 남편과 유유자적 지내리라 예상했는데, 앞으로 고생길이 훤하게 보였습니다. 선배는 행복하다며 들뜬 모습을 보였습니다. 방울토마토와 쌍둥이 손주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며 배부르다고 했습니다. 

 

 그래, 이것입니다. 기후 영향을 받지 않는 최첨단의 `스마트 팜` 농장! 그리고 자녀를 위한 사랑과 열정으로 언덕이 되어주는 부모! 

 

 앞으로 방울토마토 홍보하고 손주 육아기 들어주며, 고생길의 최일선에서 누구보다 보람있게 달리는 선배를 응원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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