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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의자, 출렁이다
 
장 욱 시인   기사입력  2024/03/18 [16:47]

 내면을 흔들어 

 

 질문하고 답하고 소리치고 내동댕이쳐, 부스러진 껍데기 파편을 버리는 중이다

 

 비틀린 모서리 핏빛 관절을 못질하여 하나의 의자로 깊이를 파내는, 끙끙 앓는 사랑 망가진 시간 틈에 끼어들어 고뇌와 고심을 앓는 병 영靈은 쓸쓸해지고 겉은 후패朽敗하여 낡아가는 여백 

 

 깨끗한 손이 마디 없이 투명하게 얽힌 긴 끈을 끌어다 모든 삶을 엮어내는 그의 영혼 속에는 별들의 일상이 치열하게 반짝이는 푸른 갈등, 무궁한 힘으로 끌어당겼다가 놓았다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깨끗이 떨궈낸다 

 

 편한 팔걸이와 등받이 높이를 버리고 

 

 하늘을 깊숙이 받아들이는 우물은 지상에 가장 큰 의자가 된다

 


 

 

▲ 장 욱 시인  © 울산광역매일

<시작노트>

 

 어떤 면에서 손쉬운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이 작품은 크게 두 개의 상징을 끌어들인다. 그것은 바로 "우물"과 "하늘"이다. 두 상징을 이어주는 것은 수직 방향의 상승선이다. 수평축에서 우물은 "내면을 흔들어 /질문하고 답하고 소리치고 내동댕이쳐, 부스러진 껍데기 파편을 버리는 중이다". 우물의 이 모든 자기 의심, 파괴와 해체의 운동은 자신이 아닌 다른 곳을 지향한다. 그 다른 곳은 바로 "하늘"이다. 우물은 "하늘을" "깊숙이 받아들이"기 위하며 "핏빛 관절을 못질"하면서까지 자신을 부수고 다시 만든다. 그가 "편한 팔걸이와 등받이 높이"를 버리는 것은 그것이 그에게 구원의 통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의자의 편한 팔걸이와 높은 등받이는 지상에서의 권세를 상징한다. 먼 중세 유럽에서 교황이 앉던 거대한 상아象牙 의자는 절대 권력의 상징이었다. 이 시의 화자는 그런 것을 궁극적인 구원과는 무관하거나 아니면 구원을 방해하는 쓸모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의자는 제 몸을 내동댕이치고 부수며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버리는 중"이다. 그것은 엄청난 고뇌와 고통을 동반하지만, 그렇게 할 때만 우물과 하늘 사이의 수직 연결로가 생긴다. 하늘을 깊숙이 받아들이는 지상의 "가장 큰 의자"가 되는 것이 지향하는 목표이다. 

 

 

장 욱

 

1992년 『문학사상』 신인발굴대상 당선(시)

풍남문학상, 한국예총회장상(2023) 수상

전주기전중학교 교장 역임

문학사상문학회, 전주풍물시동인회에 참여하고 있음

 

시집 

『사랑살이』(월간문학시인선 1991) 

『사랑엔 피해자뿐 가해자는 없다』(문학사상시선 1996) 

『겨울 십자가』(문학공간시선 2020) 

시조로 쓴 한량춤 『조선상사화』(문예시선 2020) 

『두방리에는 꽃꼬리새가 산다』(시작시인선 2021) 

시조300수로쓰다 『민살풀이춤』(시산맥시혼시조시인선 2021)

『분꽃 상처 한 잎』(서정시학시인선 2022) 

디카시집 『맑음』(문예연구 2023)

시집 『태양의 눈 기억함을 던져라』(달을쏘다 2024)

 

논저 

『고하 최승범 시조시 연구』(신아 2021)

 

E-mail_ jk88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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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3/18 [16:47]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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