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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엄마를 뽑을 수 있나요?
 
조명신 시인   기사입력  2024/03/11 [16:41]

문간방 선희는 종이뽑기를 잘했어

문어발 뽑기는 더더욱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그냥 촉 같아

오죽하면 뽑기 집 아줌마가

야, 넌 하지 마, 했겠어

사실 선희는 문어발은 좋아하지도 않는데

백 원이 생기는 날엔 뽑기를 했어

게임당 50원 하던 문어발 뽑기 앞에서

심호흡하곤 손가락 끝에 기를 모으는 척 뽑기 판을 탐색했지

점찍어 둔 종이가 있었지만

주인아줌마와 또래 남자애들에게 보이는 쇼맨십이었지

역시나 백발백중

제 손바닥보다 큰 문어발 두 마리 들고 집으로 부리나케 달려가

삐그덕, 

철제대문 뒤로 밀고 

방문 앞에 앉아 나무판에 낚싯바늘을 꽂던 엄마가 반겨주면

내보인 문어발 두 마리 

어디서 났냐

부모님이 문어발 장사하는 짝이 줬어 

얼버무리며 문어발을 구워 와선 

제일 긴 다리 뜯어 엄마 입에 넣어주지

너도 어서 먹어

엄마를 보며 빙그레 웃던 선희

오늘도 참새방앗간처럼 김제시장통 초입 건어물 가게를 서성거려

열 배는 더 큰 문어발들

주인여자에게 씁쓸한 미소로 화답하곤

청과물 파는 곳으로 걸어가 

주머니 속 지갑을 꽉 움켜쥔 채로

이젠 큰 걸로 사드릴 수 있는데

수없이 혼잣말해  

 


 

 

▲ 조명신 시인  © 울산광역매일

<시작노트>

 

 선희를 통해서 엄마와 화해한다. 엄마를 위로하지 않고는 나를 위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화자는 몽상 속 선희를 통해서 양가감정에서 벗어나 `자기 돌봄`의 길을 찾게 된다. 그 길 찾기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 두 길은 몽상과 현실의 양면성처럼 보완적이다. 하나는 이야기이며, 다른 하나는 자연의 발견이다. 이야기는 문학이다. 그리고 자연의 발견은 어머니 자연 속에서 풍성하게 꽃 피는 땅에 발 딛고 살아가는 것들에 눈 뜨는 일이다. 

 

 

조명신

 

1980년 전북 김제 출생.

숭의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2022년 『문학과 의식』으로 등단.

2024년 『엄마를 뽑을 수 있나요?』(2024, 시산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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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3/11 [16:41]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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