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 속 돌고래 한 마리
아주 오랜 돌고래 한 마리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나올 기세,
입을 벌리고 무슨 말을 마구 쏟아낸다
잡지 말라
자유롭게 살고 싶다
우리 터전을 막지 말라
고립으로 치닫던 검붉은 액자 속에
솟대처럼 우두커니 서서
경계를 내려놓고 허구 세월을
반구대에 걸려 사람 구경 중이다.
<시작노트>
시 어떻게 써야 할까? 이 물음의 답을 찾아 시인은 여전히 헤매고 있다.
사물을 바라보는 태도나 방법이 무얼까. 그런 고뇌에 빠져 사물과 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태도가 떠올랐다. 먼저 사물을 있는 그대로 섬세하게 보는 단계, 사물을 빗대어(뒤집어) 보는 단계, 사물을 상상하며 보는 곧 형상화 단계이다.
마지막 단계인 형상화는 `반구대 암각화`에서 역발상을 이끌어 냈다. 암각화에 새겨진 돌고래를 사람이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고래가 사람을 구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시가 지닌 역발상의 미학이 아닐까.
손수여
문학박사. 1997.시집 『느낌, 벽을 허물다』로 문단에 들어
「한국시학」「시세계」 시, 「월간 문학」 문학평론 등단.
제4회 도동시비문학상(2020) 제34회 P.E.N 문학상(2018) 수상 등.
국제펜한국본부 대구지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등.
시집 『성스러운 해탈』 『숨결, 그 자취를 찾아서』 등 8권.
평론 「매헌 윤봉길의 문학사적 위상 조명」 외 다수.
학술서 『국어어휘론 연구방법』 『우리말 연구(공저)』 등 8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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