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2022년 당초 예산 심의과정을 지켜보면서 현 울산시의회가 울산의 미래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예산을 짜고 편성함은 울산시의 몫이다. 하지만 편성된 예산이 적절ㆍ적정한지를 따지고 살피는 것은 울산시의회의 몫이다. 울산시 예산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예산별로 어느 정도의 전문성과 소양이 겸비돼 있어야 한다. 하다못해 예산편성 취지와 기준 정도는 이해하고 있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울산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중장기 사업이나 미래 세대 교육을 위한 예산과 관련해서는 고도의 전문지식은 물론 미래를 볼 줄 아는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전문성 없이 눈에 보이는 대로 보고 들리는 대로 듣고서 울산의 미래를 재단해서는 곤란하다. 

 울산시의회가 최근 세계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메타버스 구축예산`과 `소형원자로` 사업예산을 상임위원회에서 전액 삭감했다. 삭감된 예산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다시 부활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우선 `메타버스`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기반으로 만든 모든 가상세계를 말한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 되면서 익숙해진 비대면 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교육은 물론 콘텐츠, 유통, 마이스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과 결합한 메타버스 산업의 확장성으로 인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시쳇말로 현재 뜨고 있는 산업분야인 것이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은 분산 네트워크와 이를 뒷받침 할 소프트웨어 산업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세계 선진각국은 소프트웨어 언어와 이를 이용해 응용 툴을 만드는 것은 물론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초등교육과정에서 정규수업에 넣어 교육하고 있다. 교육부도 2019년부터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학교장 재량으로 프로그래밍 수업(일명 코딩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울산 관내 초등학교에서는 부족한 예산에도 코딩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제 4차산업의 물결 속에서 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도외시 하고는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 도래했다. 울산교육청이 이와 같은 추세에 맞춰 울산과학관 내 메타버스체험관을 구축키로 하고 교육기자재로 메타버스 교육용 소프웨어, 온라인메타버스플랫폼 개발 및 운영 등을 위한 예산을 편성해 울산시의회에 제출했다. 예산안을 넘겨받은 울산시교육위원회는 메타버스 구축 사업의 실효성을 언급하며 가상증강현실 체험교육에 대한 사업추진방향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달아 5억8천여만원의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울산시 혁신산업국 에너지산업과가 원전해체산업 육성 지원사업 가운데 하나로 탄소중립용 소형원자로(SMR) 개발 기회연구비 6천만원과 원전해체극저준위 액체폐기물 운반저감용기 개발 사업에 필요한 2억원도 전액 삭감했다. 시의회의원들이 이유 없이 삭감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두 사업 모두 울산의 미래와 관련된 사업이다. 교육청과 울산시가 미래준비를 위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대충대충 준비하진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