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3월에 오는 눈처럼 뜬금없이 오지 말고 오려거든 2인칭으로 오시라 무리에 섞여 3인칭으로 오는 건 3월에 내리는 눈만큼 객관적인 것을 성가심만 보태나니
눈빛으로만 피우는 눈꽃은 감질나 허공중에 흩어지고 마는 것 어린 왕자의 여우처럼 조금씩 다가온다면 거기, 길이 꺾인 골목 그 너머 내가 서 있으리니 모퉁이를 도는 마음까지 그대가 가닿을 수 있다면 그곳에서 1인칭으로 기다리는 나를 만나게 될 거라는,
3월에 피는 눈꽃이 아니라 투명한 햇빛 그물 감치는 싱싱한 잎맥으로 살아나는 푸른 날들이 있는 곳으로 우리의 씨줄과 날줄을 짜올릴 수 있을 거라는,
그러니, 오시라. 나와 너로 만나는 그 자리까지 그대가 올 수 있다면 1인칭으로, 오시라.
사람 사이 인간관계 가운데 ‘거기쯤’이라는 내적 거리, 심적 공간이 참 중요한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거기‘ 라는 곳은 상대방의 자유의 공간이면서 함께 향유하는 마음 기댈 곳이기도 하다. 또한 모퉁이를 돌면 어쩌면 꺾인 길 너머 그곳에 기다리는 사람 또는 바라던 그 무엇이 있을 것 같은 설레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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