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이른 바닥을 터득한 걸까 냉담한 시선을 따라 다른 별로 이동하고 있는 여인, 1호선 전철 안은 칸칸이 닫힌 문처럼 무표정이다
명륜동쯤 지났을까 그 여인이 내 손 위에 건넨 페파민트 껌 모두 외계인인 듯 애써 외면하고 있다 껌을 회수해 가려는 여인의 등엔 딱정벌레 같은 아이가 잠들고 있다
은하철도를 꿈꾸고 있을까 건너도 건너도 끝나지 않는 낮선 별 비집고 선 구역도 싸늘한 눈초리도 어머니 등짝에 구겨 넣고 달리는 동안 한 마디 말 없는 거래를 하고 있다
은박지를 벗겨 껌을 씹어 본다 상큼한 속내, 말 없는 그녀의 것인가 저 아이의 별은 어디쯤일까 주고받은 흔적만 남긴 끝자락 내가 서면역 일 때 그녀는 아마 은하철도 2호선으로 갈아탈지 모른다
울산서 부산으로 볼일로 자주 가는 편이라 노포동에서 편리한 전철을 이용한다. 지금은 잘 보이지 않지만 한 때는 전철 안에서 자주 만나는 여인이 있었다. 어린 아이를 등에 업고 힘들게 살고 있는 껌팔이 여인 이었다. 아무 말 없이 좌석에 앉은 순서대로 무릎위에 껌을 올려두고 한참 후에 회수하러 온다. 어린 아이는 늘 어머니 등 뒤에 냉담한 눈초리를 피해 고개를 파묻고 잠들어있다. 전철안의 저 아이, 저 여인 가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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