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27일 반구대암각화 조사연구 추진계획을 수립 추진한다고 밝혔다. 울산시와 문화재청의 보존방안을 각각 살펴보고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다. 이번 조사에는 연구 객관성 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문화재위원회와 학계 등에서 분야별 전문가들과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울산시, 한국수장원공사, 반구대 학술자문단 등 전문기관들도 참여한다.
수 십년 동안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똑 같은 주장을 반복 해왔는데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문화재청이 생태제방에 대해 검증작업을 벌이는 속내를 모르겠다. 그것도 반구대 훼손 속도가 빨라져 언제 사라질지 모를 판에 1년 6개월이나 걸려 연구용역을 진행하겠다니 문화재청이 반구대암각화 보존 의지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만약 이번 용역에서도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으면 1년 이상을 허송세월로 낭비할 수도 있다. 문화재청은 자신의 자가당착(自家撞着)적 모순에서 벗어나야 한다. 문화재위원장이 "우리의 후손들도 문화재를 향유(享有)할 수 있도록 문화재의 보존과 관리에 힘쓰는 일이요, 나아가 새로운 문화재의 발견과 이미 알려진 문화재의 효율적 보존을 위해 모든 국민들의 관심과 협력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는 것처럼 진정 국민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려 노력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울산시는 시민들의 맑은 물 공급을 위해 생태제방을 쌓는 방법 외 달리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울산시의 입장에 동의한다. 물 문제는 울산시민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후손들이 문화재를 향유(享有)할 수 있도록 문화재를 보존하고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울산시민들의 생존권을 포기할 순 없는 일 아닌가.
문화재청 역시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정부조직의 하나다. 현재의 국민이 누려야할 권리와 미래의 국민이 누려야할 권리 중 어느 쪽도 일방적으로 희생돼서는 안 된다. 하지만 생존권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것으로 어느 권리보다 우선적으로 보호돼야할 대상이다. 그러함에도 문화재청이 문화재법을 내세워 울산시민의 식수문제를 외면한 채 반구대 원형 보존만을 주장한다면 이는 울산시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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