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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의 본질 `동기 부여`
 
정문재 뉴시스 부국장   기사입력  2017/11/28 [16:28]
▲ 정문재 뉴시스 부국장    

고대(古代) 그리스는 위대했다. 후세를 위해 찬란한 이정표를 남겼다. 그리스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자유를 실현하는 동시에 문명 사회를 건설했다. 그 이전에는 모든 문명이 전제정치를 바탕으로 이룩됐다. 문명과 자유는 양립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페르시아는 이런 기존 인식을 대변했다. 절대 군주의 말 한마디로 모든 게 결정됐다. 왕의 말이 곧 법이었다. 크세르크세스가 그리스 원정(遠征)을 결정하자마자 페르시아는 전시 동원 체제를 가동했다. 예나 지금이나 사유재산권은 자유의 상징이다. 재산을 마음대로 사용하거나 처분하지 못한다면 자유를 입에 담을 수 없다. 고대 그리스 전문가 구스타브 글로츠(Gustave Glotz)는 "그리스 민주정과 페르시아 전제정의 차이는 사유재산권"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리스는 페르시아를 이겼다. 그리스 장병들의 용기, 전술의 우위에서 승인(勝因)을 찾는다면 피상적인 관찰이다. 자유의지가 강요나 구속보다 더 큰 힘을 발휘했다. 자유에 대한 그리스인의 열망이 승리를 가져왔다. 그리스는 자유가 보다 찬란한 문명을 건설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국가 재정 운영 방식도 그리스인의 가치관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그리스는 간접세를 중요한 재원으로 삼았다. 직접세는 자유에 대한 침해로 여겼기 때문이다. 주로 상거래 행위나 사회 인프라 사용에 대해 세금을 부과했다.  대표적인 게 `항구세(港口稅)`였다. 항구 이용 및 해적으로부터의 보호 대가였다. 주로 물품 가치의 2%를 항구세로 징수했다. 해적이 자주 출몰하는 항로에 대해서는 10%의 세율을 적용했다. 해상 경비 비용이 그만큼 많이 들기 때문이다. 아울러 경매, 노예 및 부동산 거래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했다.


그리스도 전쟁이 일어나면 예외적으로 직접세를 징수했다. 전비 조달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일종의 소득세로 `에이스포라(eisphora)`라고 불렀다. 전쟁이 끝나면 일몰을 맞는 한시적 세금이었다. 세금에 대한 불만을 달래기 위해 전리품을 확보하면 이를 공평하게 나눠주기도 했다. 세금만으로는 그리스 사회를 운영하기 힘들었다. 주로 간접세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재정 수입과 지출의 불균형은 기부를 통해 메웠다. 그리스 부유층은 기부를 당연시했다. 그리스 부자들은 주로 무역업을 통해 재산을 모았다. 국가의 해상 교역 보호에 힘입어 돈을 벌었기 때문에 기부는 자연스레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기부는 그리스 문명을 꽃피운 밑거름 역할을 했다. 신전, 교량, 도로 건설 및 유지 보수는 모두 기부를 통해 이뤄졌다. 홍수로 다리가 유실되면 가까운 곳에 사는 부자가 자기 책임 아래 다리를 새로 만들어 기부했다.

 

그리스 정부는 이런 과정에 아예 개입하지도 않았다. 사회간접자본(SOC)만이 아니었다. 체육대회나 대규모 공연, 군함 등도 기부를 통해 마련됐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면 어느 것이나 기부 대상이었다. 그리스 부자들은 통도 컸다. 기부 금액이 합리적 수준이라고 여겨지는 것보다 훨씬 많았다. 통상적인 기대 수준을 밑도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쩨쩨하게 굴면 경멸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리스 부자들은 반대급부를 누렸다. 존경과 신뢰를 받았다.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자발적으로 부담했기 때문이다. 기부는 종교적 희생이나 헌신에 비유되기도 했다. 그리스가 전제정치에 의존치 않고도 찬란한 문명을 건설한 것은 기부 덕분이었다. 올해부터 기부가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기부에 대한 세금 공제 혜택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었는데도 이를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셈이다. 세금이건 기부건 부자들이 더 많이 부담할 수 밖에 없다. 또 그래야 한다. 고립된 부(富)나 행복은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시하거나 빼앗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곤란하다. 부자들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지우더라도 자긍심과 존경을 보장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불필요한 반발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고대 그리스 사례에서 보듯 자발성을 보장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강요`보다는 `동기 부여`가 더 큰 효력을 발휘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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