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행복할 만큼 날씨가 좋다. 이른 아침이지만, 경로당을 가는 발걸음이 가볍고 경쾌하다. 경로당까지는 차로 30분, 길가에 꽃들이 살짝 얼굴을 내밀고 왁자지껄 소란스럽다. 아마도 곱게 차려입고 봄을 알리려고 외출 준비를 하는 게 아닐까? 도착하니 경로당 반장은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계신다. 레쿠리 선생님 왔는데 빨리 오라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재촉하는 전화이다. 그동안 아파서 못 나오신 할머니는 내 손을 잡고 아이처럼 날 만지고 또 만져 보시며 반가움을 표현한다.
아, 정말 행복하다. 꽃처럼 화려하진 않아도, 꽃처럼 곱지는 않아도, 꽃처럼 향기는 없어도 내게는 그들이 봄꽃과 같다. 열심히 웃고, 박수도 치는 이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행복아, 와라! 사랑아, 와라! 미움아, 가라!" 목이 터져라 외쳐본다. "레쿠리 선생님, 행복합니다." 항상 겨울 같은 늙은 나의 제자들 마음에 봄이 가득하다.
1년에 200회 이상 행사를 하고 200회 정도의 강의를 합니다. 늘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나만의 파라다이스, 보물섬 같은 실버 친구들을 만나러 갑니다. 만날 때마다 주름진 얼굴에는 미소의 분칠을 해주고, 입술에는 호탕한 웃음의 루즈를 발라주고, 마지막 남은 열정을 가지고 서로를 배려하며 손잡을 수 있도록 그 거친 손바닥에 꿈을 쥐여주는 일을 합니다. 이 일을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늘 한결같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우찌 이리 이쁘노. 우리 예쁜 레쿠리 선생." 실버 친구들이 저를 `레쿠리 선생`이라 부르는 것은 레크리에이션이라는 말이 잘 되지 않아서입니다. "선생님, 말이 너무 길어요. 그냥 레쿠리 선생이 좋아요."라고 말씀하십니다. 10년 동안 예쁜 레쿠리 선생이라 불리면서 저에게도 새로운 꿈과 비전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이 세상 등지는 날까지 즐거워하며 좋은 세상 나들이를 잘 마칠 수 있도록 그분들을 도와드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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