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도화지를 펼쳐 든 그녀 당나귀 등에 무거운 짐을 그려 넣는다 휘청거리는 당나귀 식구를 먹여 살리려 고생하는 남편이다
자신의 길쭉한 다리 위엔 하얀 깃털의 두루미를 얹는다 깔끔한 성격에 잘빠진 몸매를 은근히 자랑하고 싶은 모양이다
두루미 옆에 붙여놓은 앙증맞은 토끼 말썽꾸러기 아들이다 크레파스를 놓고 심리적 고립이 심한 빨간 눈, 엄마 말 잘 듣지 않는 토끼의 커다란 귓구멍을 해명하는 중이다 요즘 게임에 빠져 공부도 하지않고 말을 듣지 않아 미워 죽겠어요 그림이 대신 말을 한다
화선지 한 장에 들켜버린 그녀, 여백이 없고 변덕 심한 감정곡선 결벽증에 협심증까지 앓고 있다
그림심리테스트를 받고 나온 아내의 표정이 어둡다. 완경을 거치고 있는지 요즘 심경 변화가 심하다. 화선지를 펼쳐들자 휘청거리는 당나귀가 눈에 띈다. 내 모습인 것 같다. 직장에서 고생하는 내가 불쌍하다고 그려지는 모양이다. 요즘 게임에 빠져 그녀의 속을 썩이는 아들이 토끼로 변해있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걸까. 가여운 아내는 그림 속에서 협심증을 앓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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