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개표방송이 아직도 해외 네티즌들 사이에 여러 가지 화제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포켓몬고, 록키, 전국노래자랑 등의 콘셉트로 각 방송사에서 보여준 재미난 선거 개표 방송들, 그 중에 압권은 누가 뭐래도 sbs가 인기 미국드라마 를 패러디한 ‘왕좌의 게임’이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네티즌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sbs 선거 개표 방송에 외신 기자들도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민주적으로 대통령을 탄핵하고 선거를 치르는 새 정치도 눈 여겨 보았지만, 차원이 다른 개표 방송에 더 크게 한 표씩 던졌다고 한다. 권위와 재미, 학문과 유희의 경계에서 전 세계인이 괄목할 색다른 창의성의 꽃을 피워 보인 것이라고 할까.
구분된 영역에 함몰되어 경계를 두고 소통을 않는 데서는 기대할 수 없었던, 학문과 기술의 영역을 넘어 활발한 소통이 오가는... 요즘 사회는 이래야 한다. 경계를 허물고 영역을 뛰어넘는다는 의미의 ‘융합’과 ‘통섭’은 과학이라는 학문이 권위를 허물고 근래에 다른 분야와 적극적으로 대화하며 진보했기에 가능했다. 진화생물학이나 인지심리학, 법률회계학 등 최신 ‘융합학문’이 출현한 것들, 이 모두 경계를 허물고 피어난 진화의 꽃이다. 최근에는 예술이 과학에 매우 적극적으로 곁을 내어주고 화합한다. 당연히 그 곳에는 새로움의 꽃, 창의성의 꽃이 줄줄이 피어난다. 예컨대 시간을 계측하는 방법에 대해 물리학과 철학이 상반된 시각을 보이다가도, 결국에는 정상에서 만나 손을 맞잡는다. ‘창의성의 꽃은 경계에서 피어난다’는 말을 절로 되뇌게 하는 부분이다.
또한 모든 과학의 산물은 어차피 정상에 가면 물질세계를 넘어 인간의 지성과 감성에 감동을 주어야 효용 가치를 인정받을 수가 있다. 모든 기술도 완성 단계에서는 역시 인간 감성과의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종국에는 감성 분야의 전문가인 예술가가 과학자와 교류를 하게 되어 있는 이유이다. 로봇 발전의 단초를 제공한 사람이 미디어 아트스트인 백남준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과학자들은 백남준이 만든 로봇 형태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혁혁한 공로자들이다. 지금은 예술 쪽에서 과학을 탐구하고 표현 재료로서 기술을 가져다 쓰는 경우가 급격히 활발해진 상태이다. 또한 과학자들은 호시탐탐 예술에서 과학기술의 새로운 돌파구를 얻을 수 있을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 모든 경계에서 창의성이 발아하고 새로움의 꽃이 핀다.
고대의 이상주의 국가 그리스에서도 진리를 찾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과 표현 방법이 오늘날 서로 상반된 영역이라 여기는 수학과 그림이었다. 수학은 모순이 배제된 완전한 세계로 논리를 갖게 되었고, 이러한 수학을 현실에 반영해 과학을 탄생시키며 수학이라는 진리의 세계와 현실 세계를 연결하였다. 한편 이상적인 것을 찾아 매진해 오던 그림은 르네상스에서 과학에 얽히게 되고 근대의 인상주의에 다다르면 과학과 동등한 협력관계가 된다. 수학에서 교집합이라고 하는 중첩된 부분, 경계를 넘어 새로운 것, 다른 것이 서로를 받아들이는 지점, 그 부분이 바로 철학에서는 변증법의 ‘합’에 해당하는 영역이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던가. 시각적으로는 경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나 서로 화음을 내며 이중주가 되는 부분에서 항상 새로운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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