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앓은 지상 끝, 고층 회색사무실로 울컥 절박하게 몰려드는 유성들 시린 몸 불사르며 부활을 꿈꾸는지도 몰라
벽과 벽 사이로 외근을 다녀온 말단대리가 만성관절염에 걸린 의자에 올라타 오래된 행성을 뒤적이면, 유적같은 서류철과 케비넷이 교감을 끊는다 속도감도 눈치도 없던 386이 촘촘히 사라지고 펜티엄이 빠르게 들어와 넓힌 자리, 민첩하고 회선 많은 LCD구입에 도장 찍는 말년과장 투덜거리는 복사기 안으로 여사원이 걸어 들어가자 환하게 웃는 해바라기 씨앗 파지로 쏟아져 반쯤 올라온 찻물위로 떠다니는 적요
PM 7시 침묵, 집으로 돌아간 빈 공간 “나를 여기서 뽑아내 줘” 안테나를 쏘아 올린 팩스가 비명을 수거해 저 먼 미래로 전송되는 유성같은 나는,
우리는 일상의 대부분을 사각의 공간에서 생활한다. 사무실이 대표적이다. 출근하여 퇴근할때까지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공간에서 살아간다. 자신보다 다른 것을 위하여 고독하게 살아가는 공간이다. 봄이다. 봄이면 취업의 계절이다. 누군가는 새로운 직장으로, 누군가는 진급에 누락하거나 명퇴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항상 새로운 길이 열려있고 닫혀있는 저 사각의 공각은 회색도시이다. 우리 그 공간에서 톱나바퀴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지. 내 옆에 누구 살아가는지 한번 눈여겨 보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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