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정신없이 흘러간다. 봄꽃대향연이 열리고 있는 태화강변까지 10분이면 가닿는 거리인데도 시간이 없어 가보지 못했다. 장미가 지천으로 피었다는데 사진 찍을 잠깐의 여유도 없이 분망한 시계추는 반복해 오가기만 한다.
바깥 사정과 달리 5월의 시간과 씨름해야 하는 이유는 생애 첫 번째 책 출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책을 내야겠다고 딱히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럴만한 재간도 없겠거니와 발간에 대한 뚜렷한 목적의식도 없었다. 그럼에도 5월 안에 책을 출간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필자가 편집장을 맡고 있는 굿뉴스 울산의 영향이 자리 잡고 있다. 개신교의 교계뉴스를 주로 전하는 매체인데도 자주 발행하지 못하는 까닭에 그 동안 인터넷 판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 덕분에 현재까지 약 4천 건에 달하는 소식을 게재할 수 있었다.
그간 지역의 축제 소식이나 가볼만한 곳을 소개하거나 다양한 삶의 소재를 찾아 카페와 블로그에 글·사진·동영상을 첨부했다. 그리고 지역신문에 기고할 경우 문화의 이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소재를 주로 다루어왔다. 또 인터넷 판에 먼저 실린 글과 사진들을 신문을 발행할 때마다 주재료로 사용했다. 그래서 제목을 뽑고 아울러 소제목도 미리 달아두는 등 손댈 필요 없을 정도로 절차탁마의 과정을 거쳤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이런 글의 벽돌들이 모여 지금 책 한 두 권 분량의 작은 집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약 일 년 간 고심을 거듭한 끝에 지난주 중구청에 출판사 신고를 했고, 세무서에 면세사업자 등록절차까지 마쳤다. 난생 처음 책을 발간하는 일이라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그 동안 신문 편집을 통해 업무를 익혀 왔기에 그리 큰 어려움은 아니라고 느낀다. 책을 만들 때 원고가 가장 중요하며, 그 원고를 바탕으로 사진을 곁들이거나 삽화를 추가하면서 마무리 단계로 접어드는 통상적인 일들이다. 특히 취재현장의 기사가 가장 요긴하게 쓰여 그 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것 같다.
신문사 일만해도 벅찬데 출판사 등록까지 결심하게 된 데는 무엇보다 ‘백년지성’ 김형석 교수의 강연의 힘이 컸다. 그가 선진국을 견학하거나 여행하면서 느낀 것은 “국민 7할 이상이 독서가 생활화됐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필자는 ‘옳거니, 한국도 언젠가는 출판의 르네상스가 도래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 선조들은 유교문화권에서 반상(班常)을 엄정하게 구별했다. 그로 인해 사람을 편 가르고 서열을 정하는 등 제도의 폐해가 심각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학습과 학문을 숭상하는 힘을 존중하는 분위기는 큰 장점이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이 우리에게 한글 사용을 금지하고 한민족 문화를 말살하려 했던 것을 생각하면 문화의 힘이 지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크게 보면 현재 우리 국민들의 큰 소망 중 하나도 사실 문화의 힘에 의한 국력 고양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한국적 상황에서 학문한다는 것이 대학가기 위한 수단이나 출세의 지름길로 둔갑된 지 오래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필자는 이 민족이 세계에서 탁월하게 우뚝 설 수 있는 지름길이 공부하는 힘, 학문의 힘이며, 그 바탕은 책을 읽는 독서에 있다고 생각한다. 계절의 여왕 5월, 장미가 모두 시들 무렵 내 생애 첫 책은 내 손에 보물처럼 쥐어져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책을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되풀이해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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