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원 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성금을 모은 영국의 100세 참전용사 톰 무어 대위가 지난 4일 코로나19로 사망한 뒤 27일 (현지시간) 장례식이 엄수되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톰 무어 대위의 장례식에 맞춰 모든 교회의 종들이 울렸고 장례식장 상공에는 2차세계대전 참전 용사인 그를 기리기 위해 당시 영국군 수송기였던 C-47다코타기가 선회 비행을 했다.

장례식은 가족장으로 조촐하게 치러졌고 코로나19 때문에 직계가족 8명 만이 참석했다.  하지만 영국군 의장대가 정식으로 도열해서 예를 갖추었고 병사들이 영국 국기로 덮인 그의 관을 영구차에서 화장장까지 운구했다.

또 다른 군인들은 2차대전 당시의 항공기가 비행하는 동안에 예포를 발사해 그의 영면을 기원했다.

무어대위는 영국에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4월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을 돕기 위한 성금 모금을 위해 자신의 집에서 보행기에 의존해 걷는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영국과 전 세계로부터 3300만 파운드(약 503억7700만원)의 성금을 모았고 지난해 7월에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그는 100살의 고령임에도 코로나19로 상실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밝은 태도를 보여 위로를 주었다.  그는 집 정원을 산책하면서 가진 인터뷰에서 "내일은 좋은 날이 될 것이라는 점을 항상 기억하라"고 말했다.

군복을 갖춰입고 보행기에 몸을 의지해 부지런히 집 뜰을 걷고 있는 '캡틴 무어'의 모습과 이러한 무어의 말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그는 지난 달 31일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고 2월 2일 운명했다.

무어 대위의 큰 딸 루시는 장례 예배에서 " 아버지는 언제나 '더 잘가는 발을 앞으로 딛어라'고 하셨고 지난 해 그 것을 실천하셨다"며 "지금도 어쩔수 없이 당하는 일에는 너무 슬퍼하면 안된다고 우리를 향해 웃어주실 것만 같다"고 말했다.

둘째 딸 한나 잉그램 무어도 "아버지의 긍정적이고 희망에 찬 정신전 탄력에 전세계가 놀라고 감동했다"면서  "모든 사람이 아버지의 친절한 마음과 인간정신에대한 근본적인 선의와 믿음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례식은 무어대위가 마이클 볼, NHS (보건부) 보이시스 오브 케어 합창단과 함께 노래를 불러 취입한 자선 음반의 " 당신은 혼자 걷지 않아요" ( You'll Never Walk Alone)가 울려 퍼지며 시작되었다.  이  노래는 지난 해 4월 영국 내 싱글 음반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캐나다 출신  그래미상 수상가수 마이클 부블레가  장례식을 위해 특별히 "스마일"의 변주곡을 녹음해 보냈고  무어 대위가 요청했던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 My Way)도 연주되었다.  장례식은 영국군나팔수의 취침나팔로 마무리 되었다.

무어 가족의 고향인 잉글랜드 베드포드셔의 한 교회는 그의 장례식에 맞춰서 100번의 타종을 했다.

무어의 트위터 계정엔 그의 팬들을 위해 27일  홍차 한 잔과 빅토리아식 스펀지 케익 한 쪽을 대접하며 무어대위를 추모하는 모임도 올라왔다.

2차세계대전 당시 인도와 버마, 수마트라에서 참전했던 무어 대위는 처음에는 코로나19와 싸우는 보건당국을 위해 1000파운드의 작은 기금을 기부하기 위해서 자기 집 뒤뜰을 100회 왕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국적인 열띤 호응으로 거액의 성금이 모여지면서 거액 기부자가 되었다.

당시 코로나19의 1차 대유행으로 절망에 빠져있던 영국민들에게 이 100세 참전용사는 희망과 용기, 영국인 특유의 유머감각과 낙관적인 비전을 선사하며 생의 마지막을 조국을 위해 공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