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광역 논단> 이래도 되는 건가요
 
배종대 시인   기사입력  2024/04/08 [16:29]

▲ 배종대 시인  © 울산광역매일

 며칠 전 필자에게 인근 시(市)에 거주하는 P 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대뜸 하는 말이 "몇 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고향에서 집을 지키며 노후를 보내려고 하는데 무슨 공원을 만든다고 집을 들어내어야 한다네요. 감정평가를 한답시고 실거래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평가를 해 놓고는 비켜주지 않으면 법적으로 강제 철거라도 한다네요. 이래도 되는 건지 한 번 알아봐 주오" 

 

 필자는 P 씨가 거주하는 곳을 다녀왔다. 유동 인구가 적고 고속도로가 지나는 산기슭이었다. 하물며 산기슭에 둘레길을 만든다며 중 장비로 파헤치고 있다, 또한 오랫동안 조성 되어있는 과수원을 없애고 그곳을 골프장과 피크닉장을 조성한단다, 반경 10km 내에 또 다른 공원들이 조성되어 있었다. 굳이 공원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공원이란 말만 들어도 좋은 느낌이다. 푸른 나무와 잔디, 안락한 의자와 운동기구 등 우리에게 정서적인 안정과 건강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도시공원의 건립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도시공원이 무분별하게 조성되고 있고 이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우리 주변을 한번 둘러보자. 과거와는 다르게 둔치에서 산기슭에 이르기까지 발길이 닿는 곳마다 공원이다.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공원을 조성하고 있으며 심지어 표심을 얻기 위한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또한 성급한 개발로 차후 관리가 되질 않아 버려진 폐공원도 간혹 발견된다. 수십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약품 처리를 한 방부목으로 만든 계단이 놓여있고 철제 의자와 운동기구, 각종 조형물이 녹이 슬고 폭우에 떠내려가 제멋대로 내팽개쳐서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한번 생각해보자, 약품처리를 하여 수십년동안 썩지 않은 방부목과 여러 가지의 기구들이 자연을 훼손한다는 것을, 더군다나 이러한 폐공원에 대한 관리비 명목으로 여전히 전국적으로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고 하니, 국민이 땀 흘려 마련한 세금이 허무하게 낭비되고 있다.

 

 산에다 보기에 좋은 각종 시설물을 설치하며 길을 닦아야만 공원이 되는 것일까? P 씨는 오랫동안 자연과 함께 살아온 사람이다. 그는 단호히 말한다. 이러한 인위적으로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을 훼손하는 일이며 흙을 밟는 것이 좋은 기운을 불러온다고 강조했다. 현시대는 흙을 밟기가 쉽지 않다. 아스팔트와 보도블록으로 뒤덮인 거리는 물론이고 국민의 정서적 휴식이 목적인 공원마저도 조깅트랙으로 포장되어 있다. 우리 주변의 휴식 공간은 늘어났지만, 흙을 밟기 위해서는 차를 몰고 교외로 나가야 할 판이다. 어릴 적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동네의 동산들은 모조리 사라진 것이다. 이제 흙을 밟을 수가 없다. 과거에는 공원이 필요했을지언정 지금은 흙이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돈 주고 물 마시는 시대가 올지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마찬가지로 흙도 돈 주고 밟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공원 조성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각 지자체에서는 공원을 조성하기 전, 현장답사와 더불어 각종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구하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몇십 년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전시 행정적인 탁상공론을 해서는 안 된다. 최고의 전문가는 돌 하나, 풀 한 포기 세세하게 잘 아는 현지에서 수십 년째 살아온 사람들이다. 각 지자체에서 공원 조성에 관한 계획을 추진한다면 그들과 한 번이라도 소통해야 했다. 열 명도 채 되지 않는 주민들도 대한민국 국민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제아무리 생태공원도 결국 길이 닦여있는 인공 조경에 불과하다. 자연 그대로 두자, 그러면 옛날처럼 산토끼도 찾아오고 다람쥐도 뛰어놀 것이다. 자연도 건강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지 않겠는가? 어쩌면 인위적으로 조성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최고의 공원이라 할 것이다. 각 지자체는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이고 무분별한 공원 조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과 예산 낭비를 줄여야 할 것이다.

 

 고속도로가 지나는 산기슭에 공원을 조성한다? 고향에서 조용히 노후를 지내려는데, 공원 조성을 위해 수 대째 살고 있는 주택을 철거하라는 지자체의 통보에 분노로 가득 찬 P 씨의 음성이 귓가에서 맴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24/04/08 [16:29]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