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에 생각하는 의자가 있다
바람과 햇볕과 슬픔이 드나들도록 뼈대만 있다
잠시 앉았다 비우는 사람들
의자는 잠깐 앉았다 비우는 것까지만
그림자를 용납한다
떨고 있는 호수의 등
그 위 그림자를 남기며 날아가는 새
노을이 호수와 뼈만 남은 의자와 새의 그림자로 번진다
적막해, 경건해
어둠을 품고 오는 저 붉음 뜨거워
나는 누구일까,
나는 너의 다른 의자이고 호수의 눈물이고 하늘에 올라간 바나나이고, 밤의 검은 생각이고
피안으로 가는 무한 허공
작별 중이다
한번 안아 봐도 될까요
<시작노트>
허공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다시 나를 발견하는 아름다움과 존재의 전이와 확장으로 충만하다. ‘의자’라는 사물을 존재의 표상으로 놓은 것은 ‘비움’으로 출발해서 ‘사랑’으로 완성된다. 비움은 의자가 ‘뼈대만 남음’으로 형상화된다. 뼈대만 남아서 바람과 햇볕, 심지어 슬픔까지 통과하게 두는 의자가 고작 허용하는 정도라야 그림자가 “잠깐 앉았다 비우는 것까지만”이다. ‘그림자’는 실체보다 흔적에 가까운 것으로, 호수 위에 비친 새의 그림자처럼 모든 만남과 머무름이 결국은 찰나에 불과하다는 존재의 유한성을 드러낸다. 나는 그런 나의 존재를 자각하고 싶은 것이다.
김광숙 시인
ㆍ2018년 『시문학』 등단.
ㆍ시집 『동인동 분꽃 골목』 『한번 안아봐도 될까요』(2026, 시산맥사).
ㆍ`시강`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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