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다가 생강을 주웠다. 아주 맵고 알싸한 생강인데 내 머리통만했다. 너무 매워서 눈물이 뚝뚝 흘렀다. 이렇게 크고 매운 생강은 처음이야. 집에 가져가 커다란 항아리에 넣고 뚜껑을 닫았다.
그런데도 생강의 향은 강력해서 집에 있으면 눈물이 나왔다. 그새 소문이 났는지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와 내 생강 좀 보자고 한다. 나는 울면서 안 된다고 하는데 진짜 슬퍼서 우는 건 절대 아니다. 딱 한 번만 만져보자는 놈, 자기 거라고 우기는 놈, 전 재산을 줄 테니 자기한테 팔라는 놈. 항아리에 있는 생강 탓인지 눈물 콧물 흘리면서 애걸복걸한다. 울고불고해도 소용없다. 결국은 포기하고 생강의 향이 밴 몸으로 흐느끼면서 자기들 집으로 돌아간다. 끌끌끌…… 그놈들이 하도 못살게 굴어서 대문을 걸어 잠그고 이불 속에 숨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생강이 갑자기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생강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많은 것을 봐왔지. 아름답고 슬프고 외롭고 또 이상한 일을 겪었단다. 이제 나를 여기서 꺼내줘. 내가 본 것을 저 밖에 가서 말해야 돼. 나는 그럴 수 없다고, 너를 잃을 순 없다고 울면서 대꾸했다. 생강은 몇 차례 조르다가 궁시렁거리더니 다시 조용해졌다. 나는 생강을 누가 훔쳐갈 것 같다는 불안에 시달렸다. 매일 시시때때로 항아리를 열어 생강의 유무를 확인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밤중에 누군가 자객을 보내 생강을 칼로 찔렀다. 왜?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다행히 생강은 죽지 않았다. 대신에 자객이 너무 매운 생강의 향에 피를 토하고 죽고 말았다. 칼에 찔린 생강이 울면서 말했다. 저 살아서 돌아가야 돼요. 여기서 제가 본 거 밖에 가서
얘기해야 된다고요.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눈을 번쩍 떴을 때 나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 눈물에 초절임이 된 슬라이스 생강이 되어 있었다.
<시작노트>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아주 맵고 알싸한 생강을 가지고 있다. 한 덩이의 생강. 울음덩어리. 남이 대신 울어줄 수 없는 자기만의 울음. 울음이 난다는 건 내 안의 생강이 칼에 찔려 매운 내를 내는 것이다. 내 생강은 꿈속에 있다. 꿈을 꾸다가 꿈에서 나가고 싶은데, 나가지 못하는 꿈을 꾼 적이 있다. 내가 생강이고 생강이 나인 꿈. 눈물은 희미하게 맵고 쌉싸름하다. 사는 게 이상한 꿈과 같다.
차성환 시인
ㆍ차성환. 2015년 『시작』 신인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ㆍ시집 『초절임 생강』, 『오늘은 오른손을 잃었다』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