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안당 칸 칸에는
식어버린 영혼들이 들어 있다
밝은 불빛을 비추어도 영혼들은
빛을 더듬지 못한다
바람 없이도 매일 흩날리며
매일 매일 허무의 능선을 만든다
어둠 속에서 이승의 삶이 기록된 일기장을 받아 들지만 캄캄한 문자들을 읽지 못한다. 삶의 기록을 찾을 수 없다. 몇 줌 불의 흔적으로 가끔 허우적거리는 소리가 나기도 하는 것 같다. 가끔 방문한 산 자들의 사설辭說을 엿듣는 감정 없는 동거인들이다.
남의 일에 기쁨과 슬픔을 뒤섞는 것은 산 자들의 쌍곡선이다
바람을 타지 못한 뼛가루들의 침묵이
몇 줌 풍속을 지나는 중이다
<시작노트>
"봉안당"은 죽은 자의 신주나 유골을 담아 안치하는 곳을 이른다. 흔히 `납골당`으로 부르는 곳과 다르지 않은데, 봉안당이라 지칭한 것은 `죽은 이를 받들어 편안히 모신다`라는 의미가 보태어져 깃든 것이 봉안당의 의미이다.
위 시에서 봉안당은 "어둠 속에서 이승의 삶이 기록된" 곳으로 묘사된다. "가끔 방문한 산 자들의 사설辭說"이 오고 가는 곳이기도 한데, 이러한 산 자들의 사설(이야기)은 죽은 자의 편에서 바라보면 현재의 삶의 기록이 될 수는 없고, 그저 남은 자의 한탄이나 푸념에 지나지 않는다. 조용히 그 현상을 바라볼 뿐이다.
김인숙 시인
ㆍ가톨릭관동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겸임교수 역임.
ㆍ2012년 月刊 『現代詩學』 詩 등단.
ㆍ2017년 季刊 『시와세계』 評論 등단.
ㆍ시집 『먼 훗날까지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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