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그리움대로 두고
옛사랑은 옛사랑대로 두고
골목에 새겨진 아픈 흔적도
바람에 맡긴 채 그대로 두고
흘러가는 것들
굳이 붙잡지 말고
떠나자
자작나무 숲으로
그대와 걸어온 발자국
애써 지우지 말고
아름다운 추억 묻은 골목
먼지처럼 털어내지 말고
뒤돌아보지 말고
말없이
떠나자
자작나무 숲으로
하얀 나무들이
우리 이름을 부르는 곳
거기 닿거들랑
그때는
모두 지워도 좋다
<시작노트>
시를 쓴다는 것은, 지나온 시간을 지우는 일이 아니라지우지 못한 것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래도록 붙잡고 있었던 것들을 내려놓는 연습을 해왔다.그리움도, 옛사랑도, 골목에 남은 시간의 흔적들도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조용히 제 자리에 놓여질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시는 떠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오히려 떠나지 못한 마음이어떻게 스스로를 놓아주는가에 대한 기록에 가깝다.
자작나무 숲은 실제의 장소이기보다마침내 도착하고 싶은 마음의 상태일지도 모른다.그곳에서는 비로소지우지 않아도 되는 것들과지워도 괜찮은 것들이 구분된다.
나는 그 경계에 서서 이 시를 썼다.
원탁희 시인
ㆍ호(號)는 약수(若水)
ㆍ1996년 『시와시인』 등단
ㆍ도서출판 예맥 대표
ㆍ계간 『시현실』 발행인
ㆍ박인환문학상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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