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손을 놓아요 반백 년 가까운 세월
당신과 행복했다오 아픔과 슬픔 기쁨 같이했던 세월
이제 와 생각하니 부부라는 울타리가 아니었다면
존재하지 않은 시간이었소
이제 그만 손을 놓아요 아쉬움은 끝이 없는 법이지요
더 잘해주고 싶었는데 더 아껴주고 싶었는데
미안하단 말로 변명하네요
이제 손을 놓으며 당신 힘들게 했던 말 아껴 써 그만해
왜 울어 내가 데려가겠소 당신 귀찮게 했던 말
밥 줘 물 줘 약 줘 이것도 내가 데려가겠소
당신 짜증 나게 했던 말 돈 좀 꿔 봐 집주인이 뭐래
이 정도면 됐어 그걸 왜 버려
이것도 꽁꽁 싸매서 주머니에 넣고 가겠소
그러나 여보, 당신 사랑했다는 말은 놓고 가겠소
가끔 심심하고 우울하고 외로울 때 만져 보구려
가끔 아프고 힘들고 눈물 날 때 만져 보구려
<시작노트>
살면서 어느 날, 시한 선고를 받았다면 어찌할 것인가. 아주 사소한 것들도 몹시 중요하고 아름답게 느껴질 것이다. 한 편으로는 정을 떼고 가야듯이 모진 말도 할 때가 있다. 그렇지만 함께 산다는 것은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인연의 최고 선물은 사랑한다는 말일 것이다. 이제 다시 사는 제2의 인생, 좀 더 따듯하게 욕심부리지 않고 살아가리라.
이병록
- 강원도 홍천 출생
- 유튜버(노래 속의 동의보감)
- 레크리에이션 강사
- 건강천하통일 운영
- 장편소설 『고추밭에 밤송이』,
옴니버스 소설 『차살래 부인의 사랑』(월간 즐거운 운전)
- 시집 『시심을 싣고…』(3인 시집)가 있으며,
처녀작 『끈』(2024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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