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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 에세이> 새들과의 전쟁
 
조성례 시인 시산맥 회원   기사입력  2024/04/10 [18:08]

▲ 조성례 시인 시산맥 회원  © 울산광역매일

 장마라고 하더니 연일 흐린 날씨에 비가 내리고 있다.

 

 며칠 째 비가 내리니 오늘은 정식을 한 밭에 새가 파먹고 빈자리에 다시 모종을 짓고 모처럼 한가하게 낮잠에 든다.

 

 맛있게 든 잠 속에서도 조금 먼들에서 쾅하고 우레 같은 소리를 내니 와르르하고 산이 무너진다.

 

 지금 이곳 농촌은 배추나 감자 옥수수의 후작으로 콩심기에 바빠 고양이의 손도 빌린다는 철이다.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일손은 부족하고 때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그야말로 농촌사람들은 발바닥에 땀 낼 새도 없는 때이다

 

 콩을 파종하고 5일 정도 지나면 콩에서 싹이 트기 시작한다. 콩은 두 개의 촉으로 발족하니 입을 벌리고 땅에서 솟아오른다. 땅을 뚫고 올라오느라 숨차 입을 벌리는 새싹들, 이 어린순 하디 순한 놈의 어디에 힘이 있어서 단단한 땅을 뚫을 수 있을까 들여다보며 생명의 경이로움에 감탄이 아니 나올 수 없다.

 

 어린 새 순을 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비료 포장지에다 빨간 물감을 칠해서 밭두둑에다 꽂기도 하고 매의 모습을 한 종이 새를 허공에 달아두기도 한다.

 

 그러나 보들한 콩 싹은 새 들에게는 아주 진수성찬의 먹이이다. 그 정도의 방비로는 생존을 위해서 기를 쓰고 날아오는 새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새들에게도 통신망이 있는지 우리 어머니 말씀이 “얘 새들도 전화를 하는가 보다 먼저 시찰 나온 새가 짹짹하면 떼로 날아오니" 하신다. 온통 밭은 새들의 운동장이 된다.

 

 새들은 어찌나 눈이 밝은지 공중을 선회하다 겨우 고개를 쳐들려고 하는 새싹을 독수리가 먹잇감을 채어가듯 땅으로 부리를 처박으며 콩 싹을 날름 따간다. 

 

 싹을 잃어버린 가녀린 줄기는 시간차로 말라죽고 만다.

 

 농민들은 새들을 쫒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가장 강한 방법으로 인공으로 만든 대포 같은 소리를 내는 기계를 장치해놓으면 실시간의 간격으로 “쾅“ 하고 대포 음을 터트린다. 이쪽 밭에서 쾅하면 저쪽 밭에서 쾅하고 종일을 쾅쾅 소리에 시달려야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들려오는 쾅쾅 오케스트라이다.

 

 그러나 새들도 몇 년을 겪어 면역력이 생겼는지 ”쾅 “소리와 동시에 포르르 날아올랐다간 그 소리가 여운도 가라앉기 전에 다시 날아들어 콩싹을 물고 간다. 아주 작은 줄기만 애처롭게 남는다.

 

 그러나 이것도 많은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이야기지 우리 같이 작은 규모로 하는 집은 그렇지도 못하다. 우리는 금년에도 800평 정도에 콩을 파종하였다. 산이 가까운 밭이라 새들이 더욱 몰려왔다. 새들에게도 끼니때가 있는지 아침저녁 6시쯤이면 사람처럼 밥을 먹으러 떼로 몰려 날아온다. 그러면 옛날에 물 길어 먹던 양철통이나 세숫대야나, 소리가 높이 날 수 있는 그릇을 이용해서 탕 탕 탕 두드리면서 “훠이 훠이” 하고 큰 소리를 낸다.

 

 새는 동시에 공중부양을 하듯 날아오른다. 날아올랐던 새들은 소리 끝날 새 없이 다시 날아 앉고 이쪽 끝에 있다고 달려가면 저 쪽 끝으로 날아 앉으며 배배 배 배 하얀 눈을 흘기며 약을 올린다. 밭의 이쪽저쪽 끝을 몇 번 왕복하면 기진맥진 해진다. 지난해엔 그리 심하지 않은 듯해서 관리를 소홀히 한 탓으로 다시 콩을 파종하는 일이 되였었다.

 

 다리는 천짐이고 너무 피곤해 밭둑에 몸을 누이고 잠시 눈을 감은 채 휴식을 취하다 보면 사방은 고요에 빠져있고 미처 생각지 못한 아름다운 연주소리를 듣게 된다. 귀를 열고 들어보면 들판은 온통 아름다운 화음의 연주장이다.

 

 방음장치 잘 된 대형극장에서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각각의 파트가 모여 환상적인 천상의 음으로 합창을 한다.어쩌면 사람이 아닌 날짐승들의 음성으로 저리 아름다운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새들에 대한 미음은 잠시 접어두고 그들의 합창소리를 듣노라면 세상에 이만큼 환상적인 음악이 연주가 있을까? 나는 대형극장에 앉아서 왈츠도 월광곡도 무료 감상하고 있는 기분이다. 농촌에 사는 것을 원망하던 내 마음에 평화가 찾아드는 순간이다.

 

 잠시 그들의 노래에 취하여 문화와는 거리가 먼 농촌에 사는 멋을 한껏 누려 보기도 한다. 그들의 연주를 듣다 나도 때로는 새가 되어서 소프라노로 세레나데를 부르면 구구하고 굵은 바리톤으로 산비둘기 화음을 맞춘다.

 

 내가 새에게 구애작전을 벌리고 있는 것이다. 만가지 시름이 갈아 앉는 듯 마음이 평온해진다.

 

 나는 오늘도 천상의 음악회에 초대되어 물통 타악기를 들고 콩밭 공연장으로 나간다.

 


 

 

2015 계간 애지 가을호 시로 신인상 

2022, 17회 충북 여성문학상 수상 

<시집 > 가을을 수선하다

         까치발을 세우는 것들에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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