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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 에세이> 물닭
 
이금숙 시인 시산맥 회원   기사입력  2024/04/01 [16:37]

▲ 이금숙 시인 시산맥 회원  © 울산광역매일

 우리가 매일 산책하는 코스에는 퍽이나 아름다운 호수 두 곳이 있다. 집을 나서 가다 보면 첫 번째 나오는 호수가 니어펠드 호수이고 거기서 몇 백 미터 거리를 더 가서 나오는 쿠룹공원에 있는 호수는 쿠룹파크 호수다. 

 

 올봄에는 니어펠드 호수 분수대 위에 집을 짓고 부화하는 한 물닭이 우리의 관심거리였다.  

 

  



 싸늘한 사월의 어느 날 산책하다 니어펠드 호수 분수대 위에 둥지를 틀고 앉아있는 한 물닭을 보았다. 이 분수대는 물 위에서 물과 몇 센티미터 올라온 작은 분수대인데 그곳에 둥지를 틀고 알을 품어 부화하려는 모양이다. 그때부터 물닭은 몇 주 동안 알을 품고 있다가 5월로 접어든 하루 둥지에서 나와 헤엄을 치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부화한 새끼 물닭이 있는지 호수를 유심히 살펴보아도 새끼 물닭은 보이지 않았다. 특히 올 4월은 밤이면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들이 많아 아침 산책할 때는 겨울옷을 입고 장갑을 끼고 다니는 날이 많았다. 이런 추운 날씨에 종일토록 쏟아지는 물속에서 부화가 될까? 하고 의심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분명 부화에 실패한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새끼 물닭이 어미 주위에 헤엄치고 다녀야 하는데 그 어미 물닭은 혼자서 다니고 있다.

 

 물닭은 왜 하필이면 오전부터 오후까지 분수 물이 솟구쳐 내리는 분수대에 둥지를 틀고 부화를 하는 건지? 바람이 다른 쪽에서 부는 날이면 둥지 위로 물이 쏟아져 내려 물닭은 줄곧 쏟아지는 물을 맞고 앉아있다. 도대체 물속에서 부화가 되기나 하는 건지? 물닭의 생태계에 전혀 지식이 없는 우리는 도무지 그 물닭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약 2주 정도가 지났을까? 한 물닭이 그 둥지를 보수하고 다시 알을 품어 안았다. 4월에 앉아 있던 그 물닭인지 아니면 다른 물닭인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다른 점은 이전의 물닭이 오래 동안 알을 품고 앉아 있었지만 그 주위로 다른 물닭이 다니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른 물닭 한 마리가 수시로 마른 잔가지를 물고 둥지로 와서 어미 물닭에 건너 주면 받아서 둥지 보수 작업을 한다. 이 둥지는 종일토록 분수대에서 물이 쏟아져 내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둥지가 낮아지고 작아진다. 

 

 이렇게 몇 주가 지나서 어느 날 그 물닭이 둥지에서 나왔다. 그 어미 물닭은 둥지 주위로 빙빙 돌아다니며 뜸, 뜸, 목쉰 소리로 아마 새끼를 부르는 모양이다. 나는 물닭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인터넷을 검색한 결과 물닭은 뜸부기 과라고 나와 있는데 생김새는 새카만데 소리는 옛날 어릴 적 논에서 울던 뜸부기 소리를 기억나게 했다.  

 

  



 우리는 어린 새끼가 나와 있는지 살펴보니 아주 작은 한 새끼 물닭이 분수대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물속으로 들락날락한다. 물닭은 아마 물새 중에서 제일 많이 물속을 들락거리는 물새가 아닌가 싶다. 쉴 사이 없이 물속으로 들락날락하는 새끼 물닭은 한번 물에 들어가면 30~40초는 물속에 있다 나오는 것 같다. 저토록 물속에서 사는 물닭이라 그 쏟아지는 물속에서도 부화가 가능한 걸까? 

 

 어느 날 하루는 아직 분수 물이 솟구치지 않은 아침 시간에 그곳을 지나다 보니 물닭이 떠난 둥지 위에 거북이 두 마리가 앉아있어 좀 놀랐지만 돌아오면서 보니 분수 물이 쏟아져 사라지고 없었다. 

 

 그 후 그 둥지를 깨끗이 제거해 버린 분수대 위에 가끔은 새까만 가마우지가 찾아와 커다란 날개를 쫙 펼치고 햇볕을 받고 있고, 왜가리도 자주 찾아와서 쉰다. 이제 분수대는 동물들이 즐겨 찾는 쉼터가 되었다. 

    

  



 기역으로 형성된 니어펠드 호수는 중간에 다리로 산책로가 연결되어 호수가 둘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호수다. 분수가 있는 다른 쪽 호숫가에는 많은 수풀이 우거져 있어 봄이면 들오리, 캐나다거위, 아주 작은 물새가 새끼를 부화해서 어미를 따라 헤엄치고 다닌다. 그 주위로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산책로에 드문드문 벤치가 있어 공원과 흡사하다. 우리는 그 벤치에 앉아 쉬면서 물새들이 노는 모습을 보며 자연이 주는 신비로움을 즐긴다.

 

 

 오늘은 호수에 한 어미 물닭과 새끼 물닭이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 어미 물닭이 새끼에게 쫓아가서 폭행을 한다. 그러면 새끼 물닭이 재빨리 물속으로 피했다가 한참 후에 나오면 또 쫓아가서 쪼아대려고 한다. 물닭은 물 위에서 보다 물속에서 더 빠른 것 같다. 물속에 들어간 곳과 나온 곳의 거리 차이가 상당히 난다. 나중에는 어미 물닭이 물속에까지 쫓아가면 새끼가 더욱더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나온다. 도대체 어미 물닭이 왜 그런 짓을 하는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생각해 보니 물닭은 다른 물새들과는 달리 항상 외톨이로 헤엄치고 다니지 한 쌍이 나란히 다닌다거나 새끼들을 데리고 다닌 것을 보지 못했다. 어쩌면 저 물닭이 분수대 위에서 부화한 어미와 새끼가 아닌가 성싶다. 혹시 새끼를 떼어내려고 그러는지? 나중에 새끼는 그 어미 물닭이 있는 곳에서 멀리 사라져 버렸다. 

 

 


 

 

시인/ 수필가/ 아동문학가/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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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향수>  <흑인 아닌 그 흑인들의 염원이>  <하얀 새의 여로>

동화집 <오스카와 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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