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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만우절(萬愚節) 이야기
 
안효식 문우회 울산시회장   기사입력  2024/03/31 [16:40]

▲ 안효식 문우회 울산시회장  © 울산광역매일

 4월 1일은 만우절이다. 이날은 친구, 가족, 동료들에게 가벼운 장난이나 그럴듯한 거짓말로 재미있게 속이면서 즐기는 날이다. 하지만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하고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날 속은 사람을 서양에선 ‘4월 바보(April fool)’라고 한다. 

 

 유래에 대한 설로 가장 그럴듯한 이야기는 16세기 프랑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는 1564년에 샤를 9세가 그레고리력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새롭게 개정된 달력에 따라 이전의 3월 25일을 새해 첫날인 1월 1일로 맞추어야 했다. 옛날의 신년은 현행 달력의 3월 25일로, 이날부터 1주일 동안의 축제가 벌어졌고, 특히 마지막 날인 4월 1일에는 춘분의 제사가 널리 행하여지고, 선물을 교환하는 풍습이 있었다. 

 

 달력이 개정된 후부터 이 축제는 사라지게 되었지만, 이날이 새해 첫날로 바뀌었다는 것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거나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놀림감이 되었다. 그런 사람들은 열리지도 않는 파티에 초대되는 등 헛수고를 했으며, 그중에는 신년으로 바뀐 것을 기뻐하지 않는 사람들이 4월 1일에 옛날의 정월을 숨기고, 성의없는 선물을 하거나 심지어 사람들의 조롱이 섞인 선물을 받기도 하는 등 장난을 하였는데 이렇게 놀림감이 된 사람들을 4월의 물고기라는 의미의 쁘와송 다브릴(Poissons d’Avril)이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물고기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쉽게 낚였기 때문이다. 

 

 18세기에 이르자 프랑스의 이 관습은 영국으로 전해졌으며, 영국에서는 이날을 오래된 바보의 날(All Fool’s Day)이라고 불렀다. 이때 거짓말을 하는 시간은 오전까지만 허용된다는 조건이 있었던 듯하다. 하지만, 미국으로 넘어오며 시간제한이 사라졌고, 그것이 다시 전 세계로 퍼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만우절의 기원과 관련된 다른 이야기들 가운데 하나는 노아의 홍수와 관련된 것이다. 대홍수 이후에 노아가 비둘기를 날려 보냈으나, 비둘기는 땅을 찾을 수 없었고 결국 헛수고를 하게 되었는데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만우절이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로마의 봄 축제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로 농업의 여신 케레스의 딸이 지하세계의 신인 플루토에게 유괴되자 케레스는 딸을 구하기 위해 그리스 땅 이곳저곳을 찾아 헤매었지만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했고 그 결과로 만우절이 생겼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를 조롱한 재판을 이용하는 것으로, 만우절에 하는 조롱이나 농담은 만우절과 같은 시기에 그리스도가 겪어야만 했던 조롱을 다시 되돌아보기 위한 장치라는 것이다.

 

 동양 기원설도 있는데, 인도에서는 춘분에 불교의 설법이 행하여지며, 그것은 3월 31일에 끝났는데, 신자는 그 설교 기간이 지나면 수행의 보람없이 원상태로 돌아가므로, 3월 31일을 나유절(揶揄節)이라고 하여 사람을 쓸데없는 일을 시켜서 재미있어했던 것이 기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럽에서 만우절이 생기기 훨씬 전인 고려 시대부터 유사한 풍속이 있었다고 한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고려 시대에는 첫눈이 오는 날에 남을 속이는 풍속이 있었고 이런 풍속은 조선시대까지 이어졌다. 이 기록에 의하면 1418년에 태종 이방원은 아들인 세종한테 왕위를 물려주고 상왕이 됐다. 당시, 태종의 형인 정종도 상왕이었으므로 태종은 그냥 상왕이라고 부르고 정종은 노 상왕이라고 불렀다. 

 

 양력으로 그해 11월 24일 첫눈이 내렸다. 첫눈을 본 태종은 장난기가 발동하여 형님인 정종에게 장난을 칠 계획을 구상하였다. 당시 태종은 쉰두 살, 정종은 예순두 살이었다. 태종은 첫눈을 상자에 담은 뒤 환관인 최유에게 이것을 노 상왕께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 갖다 드리라고 시켰다. 최유는 상자를 들고 정종을 찾아갔고 정종은 첫눈이 왔으므로 태종이 자기한테 장난을 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최유가 다가오기 전에 그에게 달려들었다. 최유를 붙들어야만, 동생이 걸어 온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상왕이 붙잡으려 하면, 환관이 도망가는 것은 불경스러운 행동이므로 당연히 붙잡혀줘야 했지만 최유는 감히 달아났다. 이날만큼은 이런 장난이 용서되었던 것이다. 결국 정종은 최유를 놓치고 말았다. 이 경우, 누가 이겼을까? 태종의 속임수는 정종에게 들켰으므로 태종이 진 것이다. 하지만 정종은 최유를 잡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정종이 진 것이다.

 

 아무튼 첫눈 오는 날에 이런 장난을 한 것은 그만큼 기분 좋은 날이기 때문에 웬만한 거짓말 장난은 용납이 되었다. 옛날 사회가 농업사회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첫눈을 환영한 것과 첫눈 오는 날에 장난을 친 것이 다 이해될 것이다. 옛날 우리나라 사람들은 첫눈을 새 눈 즉 신설(新雪)이라고 불렀다. 신설이 내리면 백성들은 물론이고 정부에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축하 행사를 벌였다. 이것을 신설하례라고 불렀다. 이런 데서 느낄 수 있듯이, 한국식 만우절은 국가 경제와 직결되는 첫눈에 대한 기쁨을 표현하는 풍속이었다.

 

 오늘날에는 4월 1일 만우절이 봄을 맞는 의식으로써 적당히 유쾌한 장난이나 가벼운 거짓말을 하는 즐겁게 조롱하고 즐겁게 조롱당하는 날로 기억이 된다.

 

 하지만 만우절이라고 해서 위법행위가 결코 용인되진 않는다. 112나 119 에 장난을 빙자한 거짓 전화는 매우 중대한 범죄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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