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어 추운 날
뜨끈한 국물 생각에
친구와 칼국숫집으로 들어갔네
그릇에 바지락이 반을 차지하고 있네
먼저 툭 터진 조개의 살점을 골라 먹는데
입을 꾹 다문 조개 몇 개
끝내 내 손에서 열렸네
삶의 비정 앞에서, 비밀을 숨긴 혀의 돌출
술술 불어 풀어지네
내게 강 같은 평화는 깨지고
뒤늦은 후회네
<시작노트>
몹시 추운 날, 출출한 김에 친구와 칼굿수집으로 들어가서
바지락 칼국수를 시켰다. 꾹 담은 조개 몇 개를 억지로 열면서
며칠 전 한 친구가 혼자만 알고 있으라고 말한 것을 참지 못하고
그만 함께 있는 친구에게 술술 불어버렸다.
후회가 됐다.
이현경
서울 출생
시현실 등단
시집-『허밍은 인화되지 않는다』
『맑게 피어난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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