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울리는 건 파도가 아닐 거야.
미영이는 밤새 바다에서 미싱 돌리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었지. 검은 모래알들이 벽을 긁으며 굴러다닌다고, 바람의 목소리로 떨리던 음성.
그때 나는 작은 가방 속에 막 떠오른 초승달을 구겨 넣고 바다로 향하였지. 파도는 칼질하듯 바다의 가슴을 도려내고 있었어. 칼로 가슴을 도려내는 것보다 더 아팠던 것은 나의 내일이었지. 자꾸만 밀려오는 슬픔을 참으며 바다에게 부탁했어. 나보다 더 크고 아프게 울어 달라고!
지금도 바다가 소리를 지르고 있는 건 그때 내가 부탁을 했기 때문이지.
<시작노트>
참 열심히 살아왔다. 글을 멀리하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의아해하면서..... 그리고 올해부터 책을 읽고 다시 펜을 잡았다. 오랫동안 쉬었던 시간을 대신해서 열심히 준비했다.
이 책은 첫 시집으로 초기에 썼던 시를 다시 다듬었다. 너무도 용기 없어 하는 나를 독려해준 김이나 언니와 이석주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시인을 만들어준 이은봉 교수님, 그리고 예전에 시 지도를 해준 강경호 교수님과 정윤천 선생님, 시공부를 같이했던 교우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이 시집이 불씨가 되어 앞으로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싶다. 앞으로 독서와 시를 쓰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
천화선
◆2009년 시와사람으로 등단
◆2021년 시집 『저녁의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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