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철호 울산시장이 27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작품 수집 배경과 백남준 작가의 작품이 지닌 의미와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울산광역매일

오는 12월 개관되는 울산시립미술관에 백남준 작가의 작품 3점이 들어온다. 울산시가 울산시립미술관의 대표 소장품으로 세계적인 거장 백남준 작가의 작품을 수집하는데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울산시는 울산시립미술관을 미디어아트 중심의 미래형 미술관으로 조성한다는 계획 아래,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미술가이자 전위예술가, 비디오아트 창시자인 고 백남준 작가의 작품 수집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백남준 작가의 색깔이 여실히 드러나면서도 울산의 정체성을 상징할 수 있는 작품을 엄선한 끝에, `거북` `시스틴 채플`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 등 총 3점을 소장하기로 결정했다.

이 중 작품 `거북`이 정산시립미술관 1호 소장품으로 선정됐다. 

백남준 작가의 거북은 166대의 텔레비전을 거북의 형상으로 만든 대형 비디오 조각 작품으로 1993년 독일에서 제작됐다. 이 작품은 자연과 기술, 동양정신과 서양문물의 결합이라는 백남준 특유의 미학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또 한반도의 유구한 역사성을 잘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이 작품이 반구대 암각화로 대표되는 울산이란 도시에 특별한 상징성과 의미를 부여한다고 보고 있다.

반구(盤龜)대라는 명칭이 암각화 주변의 지형과 예부터 거북이가 엎드려 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고 반구대의 상단부에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거북의 모습이 선명히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또 이 작품이 선사시대 유적인 반구대 암각화를 품고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울산의 정체성을 잘 표현한다고 판단해 소장을 결정했다고 한다. 작품 `거북`은 현재 별도의 수장 공간에서 장기보존을 위한 수복 작업을 거치는 중이다.  

울산시립미술관의 2호 소장품인 `시스틴 채플`은 20세기의 천지창조라 불리는 작품으로 미술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 백남준 작가는 이 작품으로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또 지난 2019년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 개최된 백남준 회고전에서 가장 주목받았으며 이후 네덜란드 슈테델릭 미술관 전시를 마치고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에 전시 중이다. 오는 12월 싱가포르 국립미술관으로 옮겨 전시될 예정이다.

3호 소장품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는 비디오아트에 자연과 생태를 접목한 작품이다. 백남준 작가가 예술적으로 크게 영향을 주고받은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에 대한 경외심을 담은 것으로 그의 이름과 동일한 발음의 새장을 활용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현했다. 

이 작품은 인간과 자연, 기술과 생태의 결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생태 정원도시 울산의 이미지에 잘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울산시립미술관은 백 작가의 작품이 지닌 의미와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시립미술관 개관 특별전시와 별도로 외부 전시를 개최할 계획이다. 울산의 대표 명소인 동구 대왕암공원 내 옛 울산교육연수원을 활용해 전시할 예정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에 세계적 영상예술 작품이 전시되면, 국제적으로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오는 11월 완공을 목표로 하는 미술관 공사는 현재 공정률 80%를 보이고 있다.

정종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