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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나에게
 
이복현 시인   기사입력  2021/07/27 [17:39]

미안하다.

 

밤낮 숨 가쁘게 쏘다니느라

너와 조용히 마주 앉아 눈 맞추며

코에 붙은 작은 점 하나 유심히 살피거나

정다운 얘기 한번 나눈 적이 없으니

 

가슴 깊이 아픈 세월을 새겨 넣은 

저 고목의 나이테처럼

깊어지고 늘어난 주름을 헤아린다.

 

가슴 조여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보며

오늘을 못 견뎌 불안한 너를

찬찬히 안쓰럽게 들여다본다.

 

마음의 거울에 너를 비추면

네 영혼이 부딪힌 모서리마다

세파에 할퀴고 상처 난 자국들

이제라도 가만히 

쓰다듬어주고 싶다.

 

 

촉촉이 젖은 눈으로 

가까이 다가가 마주 앉아서

사랑스러운 너를 꼬옥 껴안고

미안해, 정말 미안해! 라고

말해 주고 싶다.

 


 

 

▲ 이복현 시인     © 울산광역매일

<시작노트>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 앞만 바라보고 달리느라, 진정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 과연 얼마나 되던가를 스스로에게 자문해본다. 자신 속에 내재하는 또 다른 자아, 이를 상대적 개념의 ‘너’ 라고 불러보자.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 우리가 달려가는 삶의 궁극적 목표 또는 목적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돌이켜 볼 시간이 그동안 없거나 너무 적었던 게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이 진정 자신을 위해서, 자아의 존재이유와 존재가치를 확인하기 위해서 살았던 것인가 뒤늦게 반성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자신은 우리에게 한없이 미안할 일이다.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자신과 조용히 대면하고 ‘너’라고 호명되는 또 다른 나와 진지하게만나 포옹하고 입 맞추며 사과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더 늦기 전에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존재하며 살아가는 이유를 명료히 확인하고 자신을 더욱 아끼고 사랑하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자신 밖에서 자신을 찾지 말고 자신의 내면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만나 위로하는 자기애를 통해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는 자신의 자신에 대한 사과문인 셈이다.   

 

이복현

 

1953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

1994년 <중앙일보>, 1995년《시조시학》을 통해 데뷔

1999년 대산문화재단 창작기금(시부문)을 받고, 그해

계간《문학과의식》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2000년 시집 『따뜻한 사랑 한 그릇』 외 1권 간행

2012년 제11회 시조시학상 본상 수상 

2021년 충남문화재단 전문예술(문학)창작지원금 수혜 

현재, 한국시인협회, 한국작가회의, 충남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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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7/27 [17:39]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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