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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소소한 바램
 
조수일 시인   기사입력  2021/05/12 [17:01]

흙과 돌이 구르는 흙마당을 갖고 싶네

오래오래 해가 들이치는 곳에

모양 고운 돌들로 기단을 쌓아 올리고

그 옛날 할머니와 어머니가 품어 키우던

장독대를 갖고 싶네

돌 틈새 형형색색 깨알 같은 꽃들을 심어

사철 꽃피고 지는

마음의 곳간을 들이고 싶네

졸음이 쏟아질 것 같은 볕 좋은 날

각기 이름 붙여진 항아리들 뚜껑 열어

햇살이며 바람이 노닐다 가는

환한 동편을 열어 놓고 말겠네

그 곁 나도 키 작은 한 철 채송화로 기대어 앉아

한 나절 젖은 몸 말리며 

무르익은 청춘의 한 소절을 호명해 내어

서럽도록 어깰 떠는 꽃이파리 오후이고 싶네 

그러다 어느 날

손 닿지 않는 곳 누군가가 쓸쓸히 그리울때면

그 옛날 할머니, 어머니처럼

허리 굽혀 항아리를 닦고 또 닦겠네

이마의 땀방울 훔치며

잘 사느냐고, 어룽지는 혼잣말의 안부를 건네며

향기롭게 익어가는 저물녘 발효를 몸에 들이고 싶네

 

유물로 남은 숨 쉬는 항아리처럼 깊어지고

깊어지고 말겠네 

 

지나간 별빛들이 발효되는 독에 기대어

선잠 깬 눈물들이 익어가는 시간

달빛에 깊어지는 숨소리를

둥글어진 품 안으로 고스란히 품고도 싶었지

하, 들이고도 싶었지

 


 

 

▲ 조수일 시인     © 울산광역매일

조수일 

 

2015년 송수권문학 신인상

2017년 열린시학 여름호 등단

제4회 등대문학상 최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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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5/12 [17:01]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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