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과 돌이 구르는 흙마당을 갖고 싶네
오래오래 해가 들이치는 곳에
모양 고운 돌들로 기단을 쌓아 올리고
그 옛날 할머니와 어머니가 품어 키우던
장독대를 갖고 싶네
돌 틈새 형형색색 깨알 같은 꽃들을 심어
사철 꽃피고 지는
마음의 곳간을 들이고 싶네
졸음이 쏟아질 것 같은 볕 좋은 날
각기 이름 붙여진 항아리들 뚜껑 열어
햇살이며 바람이 노닐다 가는
환한 동편을 열어 놓고 말겠네
그 곁 나도 키 작은 한 철 채송화로 기대어 앉아
한 나절 젖은 몸 말리며
무르익은 청춘의 한 소절을 호명해 내어
서럽도록 어깰 떠는 꽃이파리 오후이고 싶네
그러다 어느 날
손 닿지 않는 곳 누군가가 쓸쓸히 그리울때면
그 옛날 할머니, 어머니처럼
허리 굽혀 항아리를 닦고 또 닦겠네
이마의 땀방울 훔치며
잘 사느냐고, 어룽지는 혼잣말의 안부를 건네며
향기롭게 익어가는 저물녘 발효를 몸에 들이고 싶네
유물로 남은 숨 쉬는 항아리처럼 깊어지고
깊어지고 말겠네
지나간 별빛들이 발효되는 독에 기대어
선잠 깬 눈물들이 익어가는 시간
달빛에 깊어지는 숨소리를
둥글어진 품 안으로 고스란히 품고도 싶었지
하, 들이고도 싶었지
조수일
2015년 송수권문학 신인상
2017년 열린시학 여름호 등단
제4회 등대문학상 최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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