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를 찾고 있었죠
멀어진 봄과 오해를 파고
죽었다던 이해의 골방에 누워
흙을 덮자
감정의 겹을 열어 우리의 밤을 폭로하자
귀를 막고 휘청일 때
무엇이든 열리는 순간을 기다리자
견디고 버틴 시간은 별이 되었으니
오래도록 희미했다고 없는 것은 아니듯이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몇 번이고 되돌아와야 길이 선명해질 테니
제자리를 지킨다는 것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
뿌리를 지나가는 물의 대화를
애써 끌어오지 말아야지
떨어지는 꽃잎에도 시절이 있었으니
낮은 곳에 피었다고 이름이 없는 것은 아니듯이
먼 곳에서 온 꽃이다
밀어냈던 밤들은 오라
이제 흔들리지 않아도 향기는 얼마나 가까운지
<시작노트>
우리는 따뜻함에 대하여 늘 목마르다.
음지에 대한 두려움,
차갑고 외로운 밤에 대해 서투름과
꽃길이 만들어 준 강박에 사로잡혀서
가까운 사람을 괴롭히지는 않았는지.
최규리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2016 《시와세계》 등단
2017 『질문은 나를 위반한다』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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