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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강>실전문제-고등학교 논술대회 논제 및 대상
 
정성수 교수   기사입력  2021/05/06 [09:01]

제시문 (가)에 나타난 베버의 형식 합리성에 의거하여 (나)-(라)의 맥도널드화된 사회가 추구하는 합리성이 보완해야할 바를 사례를 들어 논술하시오.

 

<제시문〉

 

(가) 

베버는 근대 서구세계가 독특한 종류의 합리화를 만들어냈다고 이야기했다. 모든 사회에는 시기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합리성이 존재했으나, 근대 서구세계 이외의 그 어떤 곳도 베버가 형식합리성(formal rationality)이라고 이름 붙인 유형의 합리성을 낳지는 못했다. 형식합리성은 일반적인 합리화 과정을 지칭하는 종류의 합리성이다.

형식합리성이란 무엇인가? 베버에 의하면, 형식합리성이란 인간이 주어진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최적의 수단을 추구하는 것이 규칙과 규정 그리고 더 큰 사회구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개개인이 주어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는 데는 그들 나름의 장치가 필요하지 않다. 베버는 형식합리성을 세계 역사의 중요한 발전으로 여겼다. 이전에 사람들은 그러한 메커니즘을 자구적 노력으로 찾거나, 아니면 광범위한 가치체계(예컨대 종교)의 모호하고도 일반적인 지침에 의존해야 했다. 그러나 형식합리성이 발달한 이후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 제도화된 규칙들의 도움을 받거나 지시를 따르게 되었다. 형식합리성의 한 가지 중요한 측면은 개개인에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의 선택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형식적으로 합리화된 체계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거나 해야 한다.

 

(나)

맥도날드화의 특성 중 생활속도가 점차 빨라진다는 사실과 가장 빈번하게 연결되는 특성은 효율성일 것이다. 효율성의 증대는 `저스트 인 타임` 생산방식, 빠른 서비스, 절차의 간소화, 빡빡한 스케줄 등 가정과 직장 도처에서 변화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누가 봐도 효율성은 좋은 것이다. 효율성은 원하는 것을 더 적은 노력으로 더 빨리 얻게 해주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이로운 것임이 분명하다. 마찬가지로, 효율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그들의 업무를 더 빠르고 쉽게 수행할 수 있다. 또한 관리자와 소유주에게도 득이 된다. 더 많은 작업이 이루어지고 더 많은 고객들을 맞아들이면 더 큰 이윤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효율성이란 주어진 목적을 위해 최적의 수단을 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목적을 위한 최적의 수단을 찾기란 쉽지 않다. 

사람과 조직은 역사적인 제약, 재정문제 및 조직의 현실, 인간성의 한계 등에 의해 방해받기 때문에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은 점차적으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계속해서 효율성의 극대화에 힘쓴다.   맥도날드화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스스로 목적을 위한 최선의 도구를 찾지 않는다. 그 대신 다양한 사회적 상황에서 이미 발견되어 제도화된 최적의 수단에 의존한다.

따라서 새로운 직업을 가지고 일을 시작하는 사람이 혼자 힘으로 가장 효율적인 작업방식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에 오랜 기간에 걸쳐 그 일을 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검증된 것을 가르치는 교육을 받는다.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다보면 업무를 한층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요령들을 발견하게 되고, 이러한 요령은 그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여 좀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경영진에 알리도록 권장된다. 이런 방식으로 효율성(그리고 생산성)은 점차 높아진다. 

사실 1990년대 경제의 활황을 이끈 요소는 저인플레 현상과 함께 성장을 가능케 한 효율성과 생산성의 증대라고 할 수 있다.

패스트푸드점은 효율성에 대한 열망을 만들어내지 않았지만, 효율성을 거의 보편적 욕구로 바꾸어놓는 데 커다란 공헌을 했다. 사회의 여러 부문들은 패스트푸드점의 운전자용 창구처럼 신속한 서비스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요구하는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변화되어야만 했다. 효율성에 대한 모든 예들이 패스트푸드점에 직접 기원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가운데 일부는 패스트푸드점보다 시대적으로 앞서 있고, 오히려 패스트푸드점이 만들어지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어쨌든 그런 부문들은 맥도날드화가 불을 지핀 효율성의 확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다) 

맥도날드화의 두 번째 특성은 단순히 효율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셀 수 있고 계산되고 수량화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맥도날드화에서는 양이 질을 대신하는 경향이 있다. 양에 대한 강조는 과정(예컨대 생산)과 최종결과(예컨대 제품) 모두에 적용된다. 과정의 측면에서는 속도(대개는 빠른 속도)가 강조되고, 최종결과의 측면에서는 생산ㆍ 판매되는 제품의 수량(대개는 많은 양) 또는 그 크기(대개는 큰 것)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이러한 계산가능성에 대한 강조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결과는 많은 양을 아주 신속하게 생산하고 획득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패스트푸드점의 고객은 짧은 시간에 많은 음식을 먹을 수 있고, 그 관리자와 소유주는 종업원에게 많은 일을 시키고, 업무는 빠르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양의 강조는 과정과 결과 모두에 질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손님 입장에서는 황급한 식사와 평범한 음식을 먹는 것을 의미한다. 종업원들로 말하자면 일에서 개인적인 의미를 찾을 기회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일뿐만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 모두 문제가 된다.

계산 가능성을 비롯한 맥도날드화의 모든 기본 특성들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예컨대, 계산가능성은 효율성에 대한 결정을 용이하게 한다. 즉 최소한의 시간이 소요되는 생산과정이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일단 수량화되면, 제품과 생산과정의 예측이 용이해진다.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일정량의 재료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수량화는 통제, 특히 기계화와도 연관이 있다. 기계화는 주어진 시간에 업무를 완수하거나 정해진 무게나 크기의 제품생산을 가능케 한다. 계산가능성이 불합리성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양에 대한 강조는 무엇보다도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계산가능성에 대해 논의할 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컴퓨터다. 모든 것을 수량화하려는 경향은 컴퓨터의 발달과 광범위한 이용으로 가속화되었다. 만일 컴퓨터가 없었더라면, 양을 지향하는 현대사회의 여러 모습들은 보기 힘들거나 대부분 수정되어야 했을 것이다. 다음 사항들을 생각해보자.

ㆍ 대학의 수많은 학생들의 등록, 성적처리, 평점평균 계산.

ㆍ 환자 스스로 일련의 혈액 및 소변 검사를 실시하면, 검사결과는 여러 항목의 정상수치     와 검사수치가 나열된 형태로 나온다. 이런 계량화를 통해서 질병진단은 효율적으로 이     루어지고, 환자는 일종의 셀프서비스 의사가 된다.

ㆍ 신용카드의 발달과 보급, 컴퓨터는 신용카드와 관련된 수십억 건의 거래를 가능하게 한    다. 그에 따른 신용카드의 발달은 소비자의 지출과 기업의 매출을 엄청나게 증가시켰다.

ㆍ 거의 바로 선거결과를 알려줄 수 있는 텔레비전 방송망의 발달

ㆍ 지속적인 여론 조사와 텔레비전 시청률조사

  컴퓨터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이러한 경향은 더욱 촉진되고 확산되었다.

 

(라)

맥도널드화의 세 번째 특성은 예측가능성이다. 합리화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싶어 한다. 사람들은 예상하지 못한 일에 놀라는 것을 바라지도, 원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오늘 빅맥을 주문할 때 그것이 어제 먹었던 것 그리고 내일 먹을 것과 동일한 것이기를 바란다. 어떤 날은 특별한 소스가 들어가고 어떤 날은 들어가지 않아 매일 맛이 달라진다면, 사람들은 심한 불쾌감을 느낄 것이다. 그들은 맥도널드가 디모인(미국 아이오와 주의 수도)에 있건, 로스앤젤레스에 있건, 파리에 있건 자기가 살고 있는 곳의 맥도날드와 동일한 모습으로 운영되리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합리화된 사회는 규율, 질서, 체계화, 형식화, 관례, 일관성, 조직적 운영 같은 것을 강조한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볼 때 예측가능성은 일상생활에서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준다. 노동자로서는 업무가 한층 용이해지므로 별다른 노력과 주의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일부 노동자들은 반복적인 일을 선호한다. 특별한 일만 없다면 그들은 단순하게 반복하는 것을 하면서 다른 것, 심지어는 몽상에도 빠져들 수 있다. 예측가능성은 관리자나 소유주에게 종업원과 손님을 한층 쉽게 관리할 수 있게 한다. 또한 필요한 공급량과 재료, 인원배치, 수입, 수익에 대한 예상도 용이해진다.


 

 

고등학교 대상작: ○○○(◇◇여자고등학교 3학년)

 

장자는 인간의 삶에서 `달인`을 긍정적으로 제시했다. `달인`은 사회적 지위와 무관하게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에서 높은 경지에 이른 이를 말한다. 이러한 `달인`은 현대사회에서도 또한 긍정적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그 당시의 사회보다 현대사회는 `달인`의 분야가 이끌어 낼 수 있는 합리성에 따라 중요성을 구분 짓고 그러한 합리성을 강조하고 있다.

위와 같은 합리성 강조의 형태는 제시문 (나) - (라)에 나타난 맥도널드화된 사회가 추구하는 합리성과 맥락을 같이 한다.

 제시문은 각각 효율성, 수량화의 가능성 그리고 예측가능성 등을 통해 합리성을 추구하는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하여 제시문 (가)의 형식적 합리성을 볼 수 있다. 형식적 합리성은 목표 달성을 위한 최적의 수단이 개인의 의지와 선택을 허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규율과 사회구조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에 근거한다면 (나) - (라)에 나타난 합리성 추구의 과정에서 개인의 자율성을 상실하고 효율성을 무의식적으로 강조하며 그에 따라 가해지는 규율을 당연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나) - (라)의 합리성 추구는 주체의 자율성, 주체에 대한 적합성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이를 보완하려는 바의 사례로는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슬로 운동`을 들 수 있다. 

급속한 서구 산업과 문화의 유입으로 적절한 준비 없이 시작했던 산업화는 효율성이란 명목으로 합리성을 추구하며 각종 규율 등으로 개인의 수단 탐구에 대한 자율성을 박탈해왔다.

`슬로 운동`은 이러한 방식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효율적이고 적합한 방향을 찾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그 다음 사례로는 무하마드 유누스의 그라민 은행을 들 수 있다. 

효율성이란 명목 아래 국가의, 은행의 주체인 빈민들에게는 대출을 해주지 않던 다른 은행과는 달리 무하마드 유누스는 주체에 대한 적합성과 자율성을 고려함으로써 결국 불가능으로 보였던 상환율 98%를 달성하였다.

철학자 미셜 푸코는 〈광기의 역사〉에서 규율은 개인을 `제조`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이에 따른다면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 속에 그에 대한 기존의 제도화된 수단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면 목표를 수행하는 주체는 개인이 아니라 규율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장자의 달인에 대한 것과 같이 개인이나 사회는 현재적 효율성보단 장기적 관점에서의 효율성을 고려하여 본질을 추구해야 한다. 그것이 실행될 때 개인과 그 사회는 진정으로 합리성을 추구하는 주체가 될 것이다.


 

 

심사평

 

논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출제자의 요구이다. 제시문과 논제를 잘 읽고 `해석과 정리`의 힘을 통해서 출제자의 요구를 잘 파악하고, 자신만의 논리를 잘 펼치는 것이 바로 논술문이다.

항상 대회를 치르다보면 공통적인 모습이 보인다. 

첫째, 학생들이 논술문을 통해 설명하거나 무조건적인 주장만 펼치는 글이다. 학생들은 베       버의 형식합리성을 굳이 설명하려 한다. 둘째, 이보다 나은 답안이다. 대부분 맥도널드 사회의 문제점만 나열하고 있다. 이번 논제는 맥도널드화된 사회가 보완해야 할 점이다. 셋째, 대상인 양신애 학생과 마찬가지로 맨 먼저 맥도널드화된 사회처럼 합리화된 사회가 가지는 특성을 `해석과 정리`의 힘이 드러날 수 있도록 요약한 다음 보완해야 할 점을 효율성, 계산가능성, 예측가능성으로 나누어 논술하지 않고 맥도널드화된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논술문을 대상 및 금상으로 정했다는 것이다.

 

맥도널드는 햄버거다. 그냥 먹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맥도널드 햄버거 속에는 현대산업사회를 지배하는 원리가 숨어 있음을 알게 하는 것이 이번 논술대회의 의의이다.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지만 결코 합리적이지 않은 합리성. 맥도널드화에 대한 성찰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사회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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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5/06 [09:01]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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