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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회> 손잡기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21/04/25 [17:02]

손을 잡아주세요 길을 가면서

미워했던 사람의 손을 잡으면

얼어붙었던 마음이 손끝에서 봄눈처럼 녹아

서로의 핏줄을 타고 흐르며

시냇물 흐르는 소리를 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이야 따뜻하겠지만

미운 사람의 손 따뜻해질 때까지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동안

세상의 길가에는 꽃들이 앞 다투어 피고

함께 가는 길 환한 기쁨입니다

 

보도 불럭들도 저희들끼리

손을 잡고 웃고 있는데 우리들도

살아있는 동안 

서로의 손을 잡아주세요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 중의 하나가

손을 잡고 길을 가는 다정한 뒷모습입니다

 


 

 

▲ 정성수 시인     © 울산광역매일

 남의 물건에 자주 손을 대는 사람이나 걸핏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을 흔히 “손버릇이 나쁘다.”고 한다. 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다. 반면에 타인에 대한 배려와 자비를 베풀 때 “오른 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라는 긍정적 말도 있다. 이처럼 손은 인간의 심성을 나타내는 바로미터가 된다.

 

 나는 사람을 만나면 손을 본다. 손가락이 가늘고 긴 예쁜 손, 깔끔하게 잘 다듬어진 하얀 손, 네일아트로 멋을 낸 손에는 별로 감흥이 없다. 손마디가 툭툭 불거진 손, 거칠고 투박한 손, 번데기처럼 주름진 손, 갈퀴 같은 손, 거무튀튀하게 그을린 손, 삭정이처럼 뼈가 앙상한 손, 손톱 한쪽이 달아난 손, 짧고 뭉툭한 손에 마음이 간다. 굴곡진 손들 앞에선 내 손이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두 손을 덥석 잡아 주고 싶기도 하다.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손에 응원의 하이파이브를 쳐주고 싶다. 고군분투하는 손에는 손뼉을 쳐주고 싶다. 눈물을 닦는 손에는 내 손을 포개어 주고 싶다. 이마의 땀을 훔치는 손에는 수건을 내밀고 싶다.

 

 손에는 가지가지 손이 있다. 예를 들면 먹을 것을 나눠주는 손은 따스한 손이다. 악수를 청하는 손은 반가운 손이다. 주먹을 쥔 손은 폭력을 부르는 손이다. 옳지 못한 일에 쓰는 손은 검은 손이다. 높이 든 손은 분노한 손이다. 검지를 펴면 손가락질하는 손이다. 뚜껑 닫힌 밥공기 위에 올려놓은 손은 공손한 손이다. 내 손이 어디에 내밀어도 부끄럽지 않은 떳떳한 손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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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4/25 [17:02]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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