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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길냥이와 10년 넘게 살아보니
기사입력  2021/04/13 [17:14]   윤신근 수의사·동물학박사
▲ 윤신근 수의사·동물학박사     © 울산광역매일

 필자에겐 10여 년간 고락을 함께한 '반려묘'가 있다. '갸릉이'라는 여아다. 필자가 동물병원을 오랫동안 운영해온 수의사이다 보니 갸릉이도 고가의 외국산 희귀 품종일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갸릉이는 '코리안 숏헤어'이고, 거리에서 구조된 아이다.

 

 비가 많이 내리던 어느 날 인근 동국대 학생들이 병원을 찾았다. 학생들 손에는 태어난 지 사나흘 된 듯한 아기 길고양이 네 마리가 들려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어미를 잃은 채 거리에서, 그것도 세찬 빗속에서 떨고 있던 아이들을 보고 걱정한 나머지 품에 안고 무턱대고 필자에게 왔다. "원장님께서 좋은 가족을 찾아주세요!"

 

 젖을 떼려면 아직 한참 남은 아이들, 그것도 네 마리를 한 번에 맡게 됐으니 필자로서도 적잖이 부담도 됐다. 그러나 '방송에도 자주 나온 유명 수의사이니 믿고 맡겨도 되겠지'라고 했을 착한 학생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었다. 사실 병원은 아무리 청결하게 관리해도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가 없을 수 없다. 게다가 거리에서 며칠 동안 방치된 젖먹이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곳이다. 그래서 필자는 진료를 일찍 마친 뒤, 아기 고양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그날부터 젖먹이들과의 씨름이 시작했다. 남매지만, 건강 상태는 차이가 있었다. 세심히, 극진히 돌봤으나 올 때부터 약했던 두 아이는 며칠 뒤 나란히 숨졌다. 두 아이는 그래도 건강해진 것 같아 안도하게 했다. 하지만 며칠 뒤 한 아이도 숨을 거두고 말았다. 

 

 네 남매 중 '식탐'을 보일 정도로 활동력이 왕성한 아이만 살아남았다. 다소 우울한 듯했던 다른 남매들과 성격적으로 남달랐던 아이다. 이 아이는 계속 "갸릉 갸릉" 거리며 필자와 가족을 따라다녔다. 자연스럽게 "갸릉이라고 부르자"라고 의견이 모였다.

 

 갸릉이는 생후 2~3개월에 각종 예방접종을 했다. 생후 4개월이 됐을 때쯤 '중성화 수술', 생후 8개월에 '항문낭 제거 수술'을 받았다. 사람과 20년 가까이 반려 생활을 할 준비를 모두 마친 셈이다. 중성화 수술은 결혼을 시키지 않을 거라면 반드시 해주는 것이 좋다. 항문낭 제거는 악취가 발생할 근원을 제거하는 것이니 가능하면 해주자.

 

 이후 지금까지 갸릉이는 우리 가족에게 없어선 안 될 또 하나의 가족이 돼줬다. 딸이 출가하고, 아들이 입대해 집에 우리 부부만 남았을 때 겪었던 허전함, 외로움을 또 다른 자식으로서 채워주고 달래줬다.

 

 지난 칼럼에서 방송인 박수홍씨와 길냥이 출신 반려묘 '박다홍' 얘기를 다뤘다. 박씨와 다홍이 사연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감동적이다. 병원을 찾는 반려인들도 하나 같이 그 얘기를 했다. 기회가 된다면 길냥이를 입양하겠다는 분도 적잖았다. 길냥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지만, 이를 막을 뾰족한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이렇게든 저렇게든 사회적 관심이 생기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구출된 길냥이를 오랫동안 키워보니, 흔히 우려하는 것 같은 문제점은 전혀 없었다. 무턱대고 '하악질'(고양이가 화가 났을 때, 위협을 느낄 때 이를 드러내고 '하악'하는 소리를 내며 경고하는 데서 유래한 신조어)을 하는 식으로 사납게 굴지도,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도 않았다. 물론 아주 아기 때 와서 그럴 수도 있고 '냥바냥'(고양이에 따라 다름, 케이스 바이 케이스의 줄임말인 '케바케'에 고양이를 의미하는 '냥'을 붙여 만든 신조어)일 수도 있긴 하다.

 

 그러나 필자가 진료 현장에서 만났던 길냥이 출신 반려묘는 거의 갸릉이처럼 순했고 훌륭한 반려묘였다. 비록 지금은 길에서, 들에서, 산에서 살고 있어도 길냥이는 한때 누군가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아이이거나 그랬던 아이의 자손이다. 그들의 몸속에도 수천 년 동안 인간과 어울려 반려묘로 살아온 조상의 기억이 내장된 'DNA'가 있다. 길냥이를 혐오하거나 배척해선 안 되는 이유인 동시에 기회가 닿는다면 이들을 얼마든지 반려동물로 삼아도 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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