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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꽃
 
박서운 논설위원 울산과학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2020/07/02 [19:08]
▲ 박서운 논설위원 울산과학대 명예교수  

어떤 식물의 경우 열매를 맺는 본래의 꽃은 작고 수수하여 곤충의 눈에 잘 띄지 않게 하고 반면에 크고 화려한 장식의 가짜 꽃을 만들어 곤충을 유인하는 식물들이 있다. 이 가짜 꽃은 곤충을 불러 모우는 역할만 할 뿐이고 열매를 맺지는 못하나 화려하기 그지없다.

 

산수국은 보랏빛 꽃 색깔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으나, 꽃봉오리 주변의 커다랗고 화려한 가짜 꽃만 칭송하지 안쪽에 총총히 박혀 있는 진짜 꽃에는 눈길을 잘 주지 않게 된다. 모든 꽃을 멋있게 만드는 것보다 가짜 꽃 몇 개를 만들어 곤충에게 잘 보이게 하면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남은 많은 에너지는 진짜 꽃을 피우는데 쓰는 고도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니 이쯤 되면 말 못하는 식물이라고 무시할 바가 아니다. 요즘으로 치면 TV에 상품광고를 멋들어지게 하여 손님을 유인하는 격이다.

 

그러나 상품광고와 달리 꽃은 개인의 이익을 탐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실질가치인 열매를 충실하게 많이 생산한다는 점이 다르다 할 수 있다. 참으로 건전한 경영전략이라 할 만하다. 우리나라 산야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산딸나무의 꽃도 한번 살펴봄직하다. 희고 고운 순결한 꽃이 아름다운데, 꽃잎이 넉 장으로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목 박혀 돌아가실 때 이 나무로 십자가를 만들었다는 전승이 있는데다가, 묘하게도 넉 장의 꽃잎이 십자가를 닮아서 기독교인들이 특히 이 나무를 성스러운 나무로 여기고 있는데, 이 넉 장의 꽃잎이 가짜 꽃, 즉 무성화(無性花)인 것이 아이러니하다.

 

아주 예전부터 진짜 꿀과 가짜 꿀을 구별하는 방법을 놓고 말들이 많으나 기실은 전문가도 감별하기 힘들다고 하니, 평균적 정보만을 가지고 있는 우리 필부들이 미디어에 넘쳐대는 진짜 가짜를 어찌 구별할 수 있겠는가. 지금 우리 사회에는 온갖 가짜가 판치고 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인들 가짜가 있었겠지만 특히 지금은 나라의 운명까지도 뒤바꿀 수 있는 가짜 뉴스가 위세를 떨치고 있어 걱정을 아니 할 수 없다. 가짜 뉴스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민 뉴스로, 주로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실이 아닌 내용을 퍼뜨리는 것이다.

 

2008년에 MBC PD수첩에서 퍼뜨린 `광우병 대란` 같이 온 나라를 혼란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악의적 가짜 뉴스보도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정론직필(正論直筆)이 언론의 사명이 되어야 하나, 사실보도의 최일선에 있는 신문을 포함한 주요 미디어도 여러 이유로 곡필(曲筆)을 일삼으니 도대체 국민은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는지 오리무중인 상태다. 더구나 요즘은 정부 발표도 사실을 왜곡시키기 일쑤이니 어느 장단에 맞춰 춤춰야 하는지 답답하기 그지없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이 출판하는 옥스퍼드 사전은 해마다 `올해의 단어`를 선정하여 발표한다. 그 해의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사회현상을 단어 한마디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2019년 올해의 단어로는 `기후 비상사태`가, 2018년에는 `유해한`(toxic)이 선정되었고, 2017년에는 `젊음`과 `지진`의 합성어인 `유스퀘이크`(youthquake)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한참 지난 얘기이기는 하지만 2016년 올해의 단어는 `탈 진실`(post-truth)이 뽑혔다. 이 말은 객관적 사실 보도보다 개인적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영향력을 더 끼치는 사회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차고 넘치는 뉴스를 관통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사실(fact)보다는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거짓에 마음을 뺏기고 진실을 외면하게 되기 쉽다.

 

그러다 보니 사실에 사회적 맥락이 더해진 진실도 자연스레 설 자리를 잃었다. 탈진실화가 국지적 현상이 아닌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시대의 특성이 되어 버렸다. 탈진실의 시대가 시작된 것을 방증하기라도 하듯 `가짜뉴스`(fake news)가 사회적 논란으로 떠올랐다.

 

가짜 뉴스는 인류역사만큼이나 그 역사가 길다. 이미 천 년 전에 백제 무왕이 지은 `서동요`는 선화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그가 거짓으로 만든 뉴스다. 정당이나 정권이 정치ㆍ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보도의 형식을 빌려 유포된 거짓 정보가 넘쳐대는 현실이니 천성 우리 자신이 속을 잘 들여다보아 진실성 여부를 판단할 밖에는 도리가 없음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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