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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된 하루
 
임미진 약사고 교사   기사입력  2016/09/20 [15:04]
▲ 임미진 약사고 교사    


만약 지금 지진으로 아파트가 무너진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분명한 것은 지진이 시작됐고 더 이상 지진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일주일 전 지진이 났을 때 학생들과 독서토론을 하고 있었다. 심하게 교실이 흔들렸는데 상황파악이 되지 않아 정보를 알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했다. 하지만 인터넷에도 속보는 뜨지 않았고 재난 문자도 들어오지 않았다. 우리가 독서토론을 한 교실은 학생들의 교실과 조금 떨어져 있어서 분위기를 파악할 수 없었고 섣불리 움직일 수도 없었다.

 

잠시 후 교내 방송에서 침착하게 기다리라는 안내가 나왔다. 건물이 흔들려 속은 울렁거렸지만 나와 학생들은 심각하지 않았다. 두 달 전 지진이 비슷하게 지나갔던 경험이 있었고 물건이 떨어지거나 유리창이 깨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몇 분 동안 인터넷을 검색했지만 아무 소식이 뜨지 않자 학생들은 웃으면서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문자를 보내야겠다고 농담을 했고 독서토론을 계속하기로 했다. 중간에 학생 한 명이 오더니 담임 선생님께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휴대폰을 갖고 있으라했다고 자기 반 학생에게 휴대폰을 전해줬고 우리는 독서토론을 계속 했다. 그리고 거의 독서토론을 마무리할 즈음 두 번째 지진이 발생했다.

 

두 번째 지진이 발생하고 나서야 상황이 심각할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 머리가 하얘져서 학생들에게 서둘러 집으로 가라하고 복도로 나오니 자습하던 학생들도 모두 귀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학생들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두 아찔한 순간들이었다. 다행히 아무 일이 없었기에 내가 어리석었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후회와 자책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진이라는 위급한 순간에 나에게는 판단할 수 있는 어떤 정보도 주어지지 않았다. 이미 수차례 언급된 얘기지만 재난 문자도 받지 못했고 인터넷 뉴스도 뜨지 않았다. 학교에도 정해진 매뉴얼이 없어서 많은 학교들이 첫 번째 지진 후에도 판단을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두 번째 지진이 발생해서야 서둘러 학생들을 귀가시켜 원성을 샀다. 책상 밑으로 들어가야 할지 운동장으로 나가야할지 모르는 것은 교사나 학생들이나 매 한가지였다.


 그리고 오늘 또다시 지진이 발생했다. 저번의 경험으로 지진이 나자마자 교사들은 학생들을 모두 운동장으로 대피시켜 후속 조치를 기다릴 수 있었고 학생들 또한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내려와 운동장에서 차분하게 기다렸다. 뉴스도 일주일 전과는 달리 이번 지진이 발생한 지점과 성격 앞으로 예상되는 일 등 최대한 국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정확한 정보를 전하려 했다. 일주일 전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다 뒤늦게 월성 1-4호기를 중지시켜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던 원전에 대해서도 이번에는 어떤 조치를 취했다는 정보를 자세히 전하려 했다. 확실히 일주일 전보다는 뭔가 체계가 잡힌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러면 될까. 이제 안전한 걸까.

 

 어제 JTBC 9시 뉴스에 출연했던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이제 우리나라가 대체 에너지에 많은 투자를 해야한다는 얘기를 했다. 적어도 일주일 전부터는 이런 생각에 여야없이 국민적이 공감대가 형성됐을 거라는 말과 함께... 유승민 의원의 말대로 정부는 당장 합심해서 원전이라는 값싼 에너지를 포기하고 대체에너지 개발에 예산을 배정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지진을 대비하기 위해 단층을 연구하는데 많은 예산을 투입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지금 규모의 지진은 얼마든지 더 일어날 수 있고 이 지진의 진원지가 양산 단층대라면 더 큰 지진도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한 번 발생한 지진이 다른 단층을 건드려 다른 지역까지 지진이 확산될 수 있다고도 한다. 이번 지진은 진원지도 깊었고 고주파 지진이어서 규모에 비해 큰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았다고 얘기되는데 결국 이번에는 운이 좋아서 큰 피해 없이 지진을 넘겼지만 다음에는 지진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것은 지진이 원전 바로 밑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진이 지나가고 오늘 아침 바라본 하늘은 너무나 푸르다. 그러고 보니 일주일 전 지진이 발생한 다음 날도 그랬다. 지진으로 밤새 뒤척인 불안한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걸까. 인생이 이렇게 선물 같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한 걸까. 하지만 푸른 하늘에 속아서는 안 된다. 오늘 아침의 하늘이 푸르지만 우리는 어제, 일주일 전, 지진을 겪었고 이제 지진에 대한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대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푸른 하늘만 보며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지진을 겪지 않았던 어제와 똑같이 살 수는 없다는 얘기다. 만약 몇 번의 지진을 겪고 큰 피해 없이 지나간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면 그래서 또 일상에 파묻혀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다면 이 푸른 하늘을 더 이상 맞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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