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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의 운동법칙
 
권우상 역사 소설가   기사입력  2016/09/19 [15:03]
▲ 권우상 역사 소설가    


곤충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여러 가지 재미있는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다. 개미들도 그 중 하나다. 부지런하게 꾸준히 노동하며 희생적이고 서로 협조하여 단결하는 모범적인 일꾼으로써 흔히 개미가 찬양을 받는다. 그런데 개미들의 운동법칙(힘의 합성법칙)에 비추어 보면 과연 개미들이 상호 협조적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개미들이 하는 일을 총체적으로 평가하면 ‘공동으로 노력해 간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물리학의 합성법칙 견지에서 보면 개미들의 노력이 대단히 비 단결적이고 비협조적이며,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는 면이 발견된다. 현미경을 통해 개미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관찰해 보면 그런 면이 확실히 나타난다. 따라서 우리들이 보는 개미들이 영리하게 보이며 협력하는 모습은 겉보기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대개의 개미는 제 각기 자기 본능적으로 일하고 있고, 다른 개미의 작업에 협조하려는 입장에서 일하고 있지 않으며, 도와주려는 것은 아예 생각지도 않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과연 그럴까? 개미들이 서식하는 한 장소에서 수십 마리의 개미들이 반반한 자리에서 큰 수확물(먹이)을 운반하는 모습을 관찰해 보면 그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수확물 주변에 달라붙은 개미들이 함께 잡아당기고 민다면 그들은 모두 일률적으로 같이 작업하며 모범적인 협력의 모습을 보여 줄 것이다. 그러나 그 수확물, 가령 새끼벌레나 빵조각 또는 지푸라기와 같은 어떠한 장해물에 걸렸을 때 개미들은 각각 다른 어느 개미에게도 협력하지 않으면서 혼자 제멋대로 그 장애물을 극복하려고 애만 쓴다. 즉 어떤 개미는 오른쪽으로 끌려고 하고, 어떤 개미는 왼쪽으로 끌며, 다른 개미는 앞으로 밀고, 또 다른 개미는 뒤로 잡아당긴다. 또 제 각각 다른 곳에 올라가거나 혹은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각자 제멋대로 행동한다. 이러다 보면 어느 한 방향으로 6마리의 개미가 힘을 가하는 반면 그와 반대 방향으로 8마리의 개미가 힘을 가하게 된다. 결국 개미가 많은 방향으로 수확물이 옮겨 가기는 하지만 8 - 6 = 2, 즉 2마리가 가하는 힘 쪽으로 수확물이 운반되는 셈이다.


 관찰할 때마다 개미의 숫자는 다르지만 대개는 12 - 8 = 4,  10 - 7 = 3 과 같은 구도로 수확물의 운반이 진행됨을 알 수 있다. 개미들의 이와 같은 ‘가짜 협조’를 확인하기 위해 보다 더 쉬운 사례를 살펴보자. 26마리의 개미가 반듯한 빵조각을 끌고 있다. 빵조각은 동쪽 방향으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앞줄에 선 10마리의 개미는 빵조각을 남쪽의 자기 쪽으로 끌고 있으며, 뒷줄에 있는 11마리의 개미들은 서쪽으로 밀고 있다. 양쪽 옆에 붙은 개미들도 그들에게 협조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때  뒷줄에 있는 개미들을 꼭 눌러서 운반하는 노역에 참가하지 못하게 방해를 하면 빵조각은 훨씬 빨리 끌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뒷줄에 있던 개미들은 빵조각을 앞으로 민 것이 아니라 뒤로 즉 동쪽과는 반대 방향으로 잡아 당겼다는 말이 된다. 즉 개미들은 빵조각을 뒷걸음 시켜서 방향을 돌린 후 자기가 앞서서 개미집 방향인 동쪽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노력한 것이다.


이리하여 뒷줄의 개미들은 앞줄에서 작업하는 개미들에게 협조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노력을 헛되게 하면서 오히려 운반 작업을 방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빵조각을 개미집으로 끌고 가기 위한 개미의 숫자는 26마리 모두가 아니라 4마리의 노력으로써도 충분했던 셈이다. 개미의 숫자가 이보다  많거나 적은 다른 장소에서도 대개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개미 숫자가 가장 많은 45마리의 집단에서도 7마리의 노력으로 수확물이 운반됐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그것은 아마도 집단을 이끌어 가는 두목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개미의 가짜 협조’가 판을 치고 있다. 각자가 생각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며 그것을 대의명분으로 내밀고 있다. 소위 ‘목소리 큰 사람’이 가장 훌륭하고 똑똑해 보이는 세상이 눈앞에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어느 한 쪽으로 꾸준히 밀고 가는 ‘개미’가 있다는 사실이다. 주식이 폭락하면 ‘큰 손’은 이리저리 빠지고 ‘개미’만 피해를 본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결국 그 ‘개미’들이 우리 사회와 국가의 근간임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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