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한가위에 찾아든 불청객
 
박정관 굿뉴스울산 편집장   기사입력  2016/09/19 [15:03]
▲ 박정관 굿뉴스울산 편집장    


민족고유의 명절 한가위를 앞두고 느닷없이 불청객이 찾아들었다. 12일 저녁 7시 44분 경주시 남남서쪽 9km 지역에서 5.1규모의 강진이 발생했다. 울산에 살고 있는 필자는 신문사 사람들과 웅촌의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단골로 자주 가는 식당에는 추석 연휴를 맞아 한산해 일행들과 조용히 식사를 할 수 있었고, 한창 이야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던 가운데 굉음과 함께 전해지는 강진을 온 몸의 진동으로 느낄 수 있었다.
군 복무 시절 사격 연습하던 탱크에서 발사하던 포탄의 포격소리처럼 요란했다. 일행들과 약속이라도 한 듯 눈이 마주쳤고, 순간 심상치 않다는 기운을 직감했다. 강진의 여파로 일행들은 목소리 톤이 높아져 어떻게 된 일인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필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주인아주머니가 시청하는 TV 앞에 코를 박았다. 2층에서 샤워를 하던 주인아저씨는 “다리가 휘청거려 앞으로 넘어질 뻔 했다”며 부리나케 씻고 내려와 흥분된 목소리를 내질렀다.


잠시 후 속보가 흘러나오는데 갑작스런 재난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한 현장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다시 자리에 앉은 우리들은 식사를 하면서 가족들과 친지들에게 휴대폰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어 국민안전처에서 전송한 문자메시지가 막 도착하고 뉴스를 통해서 지진의 전모를 파악해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다시 저녁 8시 32분에 경주시 남남서쪽 8km 지역에서 5.8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고, 그 강진이 엑스레이 광선처럼 전신을 훑고 지나갔음을 느꼈다.
부리나케 식당을 빠져나온 우리들은 급하게 승용차에 올라탔다. 라디오에서 뉴스속보가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호계에 살고 있는 일행의 고등학생 딸이 “책꽂이 위의 책들이 떨어졌다”고 했다. 신문사가 있는 우정동 인근으로 진입하자 아파트에서 놀란 주민들이 안전한 곳으로 대파하기 위해 차량들의 긴 꼬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급하게 호계 자택으로 귀가하던 일행은 “중구청을 지났고 서동인데 여기서부터 차량들이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호계 지역 고층 아파트 주민들이 대피하느라 학교 운동장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딸의 소식을 아울러 전했다. 신문사에 복귀해 TV를 켜니 저녁뉴스 전에 급하게 발생한 지진 소식에 뉴스브리핑을 하느라 진행자들이 애를 먹고 있었다. 마침 김기현 울산시장이 TV조선과 전화 인터뷰를 시작하고 있어서 귀를 기울였다.
울산시청 상황실에서 긴급현안을 보고 받던 김 시장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울산혁신도시에 본사를 옮겨 첨단기기로 재난에 대비하고 있다. 밤을 새면서 상황을 파악해 시민 안전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간이 지날수록 TV에서는 영상자료와 사진이 확보돼 지진의 피해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1978년 지진을 관측한 이래로 이번처럼 정확하게 지진의 실체를 느낄 수 없었던 터라 그만큼 체계적인 대응책을 준비하지 못했다. 지진에 대한 해석은 굉장히 어렵고 그래서 예측이 불허되는 영역이라고 한다. 이번 재난은 지진에 대한 대비책을 잘 마련하라는 자연의 준엄한 경고였다. 사실 더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면 그 천재지변을 누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필자는 원고청탁을 받으면 보통 그 날 밤이나 최소한 다음 날 아침에 원고를 적어 바로 송고해왔다. 이번에는 개인적인 용무로 차일피일 미루어졌는바, 경주에서 시발해 포항·김천·울산·부산을 비롯한 전국적으로 감지된 지진이라는 불청객을 주제로 글을 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무쪼록 이번 지진은 우리에게 ‘미래를 대비하라’는 큰 숙제를 던진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6/09/19 [15:03]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