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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숙 수필가 에세이 울산 문학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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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검색창을 두드린다. 대구 시티투어. 안내받은 홈피를 클릭하니 붉은 글씨의 파워풀 대구라는 간판 아래 여덟 개의 시티투어 코스가 탑재되어 있다. 각각의 코스를 소개해 놓아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하면 된다. 한글을 처음 배우는 아이처럼 떠듬떠듬 손가락을 움직인다. 들락날락 몇 번의 시도 끝에 도심 순환형 시티투어를 예약한다.
결혼한 지 삼십 년이 넘었다. 그동안 혼자 여행한 적이 없었다. 시댁인 서울 갈 때도 남편과 늘 동행했다. 남편이 회사 일로 가지 못할 상황이면 갈 엄두를 애당초 내지 않았다. 그런 내가 오십 중반에 접어드니 덜컥 겁이 났다. 앞으로 적응력은 더 떨어질 테고 세상은 급변하는데 우물 안 개구리처럼 이렇게 살아될까 하는 두려움 에서였다. 그런 연유로 도전한 것이 나홀로 여행이었다. 목적지는 울산에서 대체로 가깝다고 볼 수 있는 대구를 택했다. 두 딸의 시댁이 있는 곳이라는 심리적 친근감도 결정에 한몫했다.
교통수단은 기차로 결정했다. 기차 승차권 예매를 해 본 경험이 없다. 네이버에 물었다. 기차표 예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몇 가지 팁이 주어졌다. 구글 플레어 스토어에 들어가 코레일을 검색해 설치하란다. 고분고분 시키는 대로 해 봤다. 설치가 완료되어 열었다. 해당 일자와 좌석을 배정받았다. 업어치고 메치고 한동안 씨름했다. 조몰락거리다 보니 무릎 위로 커다란 얼굴이 훅 나타났다. 연결계좌 등록에 본인인증으로 얼굴인식을 해 놓은 것이다. 놀라 주춤거리는 사이 결재 완료 창이 뜨고 기차표가 예매되었다.
울산역에서 탄 KTX 열차가 동대구역에서 정차했다. 한순간 두리번거리는 사이 승하차를 이미 끝낸 차가 움직이려는 조짐을 보였다. 뛰다시피 하여 간신히 밖으로 빠져나오니 잠시 어지럼증이 일었다. 역사를 한 바퀴 둘러보고 정신을 가다듬었으나 홀로 여행이니만큼 즐거움보다는 긴장이 앞섰다. 투어버스 승차는 이곳에서 시작 되지만 아직 운행 시간 전이었다. 마음을 추슬러 지하철을 타고 미리 검색해 온 김광석 거리로 이동했다. 지하철 이용은 염려와는 달리 간단하고 쉬웠다.
경북대 병원역에서 내렸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안내 이정표를 따라 도보로 십여 분 걸었다. 그의 삶과 음악을 테마로 그린 정겨운 벽화와 조형물들이 아기자기 꾸며져 있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가수, 그가 부르던 노랫말의 느낌처럼 순수와 애틋함이 골목을 휘돌았다. 기타를 치며 노래하던 TV 화면에서 보던 그의 깊은 눈과 조용한 모습이 떠올랐다.
오십 분마다 순환으로 운행되는 버스를 타고 근대화 거리에 왔다. 청라언덕 정류장에 내려 오르막을 걸으니 의료선교를 하던 선교사들의 집이 나왔다. 고즈넉한 분위기에 시간이 멎은 듯했다. 아담하고 정갈한 모습이었다. 차창 밖으로 스친 유럽 여행 때의 그 붉은 집인 양 선교사 웰니스의 벽돌 주택은 그때를 떠오르게 했다. 채광의 유익함을 십분 고려했는지 유리가 벽을 대신한 스윗즈 주택은 일본풍의 가옥 느낌을 주었다. 동서양 건축물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로움을 한층 더했다.
정원을 산책하다 고개를 드니 시원스레 뻗은 교회의 첨탑이 보였다. 이것은 제일교회로 대구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유럽 고딕양식의 건물이다. 맞은편에는 계산 성당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성당 역시 유럽 고딕양식의 건물이며 지은 지 백년이 넘는 대구시의 유형문화재이다. 구교와 신교를 대표하듯 두 개의 건물이 위풍당당하게 마주하고 있었다.
3.1운동 길이 보였다. 일제강점기 3.1운동이 있었을 때 대구 학생들은 이곳을 기점으로 만세운동에 가담했다 한다. 구 십여 개의 계단 한쪽에는 그들이 외쳐대던 대한민국 태극기가 펄럭이고 다른 쪽에는 대구의 변천사가 사진으로 걸려 과거와 현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동양과 서양, 구교와 신교, 과거랑 현재가 공존하는 이곳 근대화 거리에서 과거의 나를 현재와 미래로 교차시키며 늦은 점심을 홀로 먹었다.
앞산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투어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 앞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대구시의 야경이 멋있다. 하지만 그 시간대의 여행은 자차 이용객들에게만 가능할 것 같았다. 마지막 순환버스가 다섯 시라 숨 가쁘게 올라 케이블카를 탔다. 급하게 이동하다 보니 이 공원의 숨은 볼거리는 관람하지 못하고 병풍처럼 펼쳐진 숲속에서 대구시를 한눈에 잠깐 바라보다 뛰다시피 내려와 버스에 올랐다.
수성 못에서 내렸다. 못 주변에는 데크 로드가 산책하기 좋도록 설치되었다. 영업 마친 오리 배들의 한가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호수 풍경을 눈에 담으며 한동안 걸었다. 어느새 호수의 물이 변했다. 얕은 부분은 청 보라와 연분홍빛으로, 좀 더 깊은 안쪽에는 황금과 은빛으로 반짝였다. 하늘을 올려다본 순간 경이로움에 환성이 터졌다. 쪽빛 하늘에는 여러 빛깔의 물감을 흩뿌려 풀어 놓은 듯 층층의 구름이 넘실거렸다. 그것이 물 위에 내려앉은 것이다. 신비로웠다. 이렇게 아름다운 노을은 처음이었다. 사진으로 담아 연신 가족 톡 방에 올렸다. 지인 몇 사람에게도 퍼다 날랐다. 수성 못에서의 노을은 내 생애 최고의 노을이었다.
시내버스를 타고 동대구역으로 돌아왔다. 돌아갈 기차는 저녁 아홉 시 이십삼 분 차로 예약했다. 울산 통도사 역까지는 이십육 분 걸린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세상이다. 사는 데까지 사는 것처럼 살려면 노년에도 배워야 한다. 고 했던 황창현 신부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가고 싶은 곳 자유롭게 갈 수 있으려면 손안의 폰을 쉽게 다룰 수 있어야겠다. 말보다는 터치로 소통되는 일들이 많아졌다. 나 홀로 여행의 기회를 가짐으로써 몇 가지 기능은 익힌 듯 해 뿌듯하다.
하루를 돌이켜 본다. 홀로서기 할 요량으로 나 홀로 여행을 한 오늘, 두렵고 긴장된 마음이었으나 결과는 만족감으로 평온하다. 다음 여행지는 어디로 할까. 가을이 아름답다는 서울 창덕궁 비원으로 떠나야겠다. 결국은 혼자일 수밖에 없는 생, 홀로 즐기는 방법들을 터득해야 될성싶다. 외롭고 두렵지 않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