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교단 일기> 숲에서 친해지는 법
 
김다현 울산 신정중 교사   기사입력  2026/04/14 [17:33]

▲ 김다현 울산 신정중 교사     ©울산광역매일

 새 학기, 새 학년은 학생에게만 긴장되는 시간이 아니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특히 필자처럼 내향적인 성향의 교사에게 3월은 늘 낯설고 어렵다. 오리엔테이션처럼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도 쉽지 않고, 새롭게 만난 학생들과 어떻게 가까워질지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더 어려운 것은 교실의 분위기가 해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어떤 반은 금세 웃음이 퍼지고 자연스럽게 친해지지만, 어떤 반은 서로를 조심스럽게 살피며 천천히 가까워진다. 그래서 학급을 꾸려 가는 일에는 늘 작은 변화구가 필요하다. 같은 방법이 매번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필자는 그 변화구로 야외수업을 떠올렸다. 올해 초 교감 선생님께 학교 뒤편 남산 유아 숲 체험원에서 수업을 해도 좋겠다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었다. 잘 정비된 산책로와 생태체험 공간을 보니 학생들과 함께하기에 알맞은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학하고 2주쯤 지나 반장 선거가 끝난 뒤, 반장과 부반장만 따로 불러 야외수업 계획을 공유했다. 그렇게 몇 차례 비밀 작전을 거친 끝에 학생들이 친해질 수 있는 활동으로 보물찾기를 하기로 했다. 미션 내용과 상품도 함께 정했다. 학생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게 하는 편이 더 효과적일 것 같았다. 필자의 역할은 평소처럼 수업을 시작하는 척하다가 깜짝 야외수업을 공지하고 학생들을 인솔하는 것이었다.

  야외수업 당일, 평소처럼 교실에 들어가 출석을 부르고 수업을 시작할 듯 분위기를 잡았다. 그러다 갑자기 겉옷을 챙겨 입으라고 하자 학생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반응을 잠시 지켜본 뒤 오늘은 야외수업을 나간다고 알리자 교실은 금세 들뜬 분위기로 바뀌었다. 조용히, 그리고 안전하게 이동하자고 당부한 뒤 학생들과 함께 학교 밖으로 나섰다. 옹기종기 모여 따라오는 모습이 마치 소풍을 나가는 유치원생들 같아 웃음이 났다.

 남산 유아 숲 체험원에 도착한 뒤 보물찾기가 시작되었다. 반장과 부반장은 미리 약속한 대로 미션지를 곳곳에 숨겨두었고, 나머지 학생들은 미션지를 찾아 그 안에 적힌 내용대로 활동했다. 랜덤으로 모여 미션지에 그려진 자세대로 단체 사진을 찍거나, 미션지에 적힌 인원수대로 모여 간단한 게임을 하거나, 반 친구들의 이름을 외우는 등 서로 가까워지도록 돕는 미션들이었다.

 활동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학생들은 생각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뛰어다녔고,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 평소 말을 많이 나누지 않던 친구에게도 먼저 다가갔다. 어색하던 분위기가 활동 속에서 조금씩 풀려 가는 것이 보였다. 같은 반 친구들의 이름과 번호를 외우는 미션에 걸렸던 학생은 지금도 필자가 번호를 헷갈릴 때면 옆에서 바로잡아 줄 정도다.

  보물찾기 미션을 가장 빨리 끝낸 학생들에게 경품을 준 뒤에는 다 같이 태화강 전망대에 올라 강을 바라보았다. 말없이 눈을 감고 바람을 맞으며 나란히 서 있거나, 서로의 집이 어디쯤인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웃고, 장난을 치다가도 함께 풍경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모습이 참 예뻤다. 평소 교실에서는 쉽게 드러나지 않던 표정들이 그날은 한층 밝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는 변화가 더 분명했다. 교실을 나설 때만 해도 어색해 보이던 학생들이 어느새 함께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평소 필자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던 학생들까지 옆에 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관계는 분명 조금 달라져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수차례 반 배정을 겪어 온 중학교 3학년이라 해도 인간관계 앞에서는 여전히 서툴다. 친구의 이름을 불러 보고, 함께 웃고, 같은 활동을 해내며 조금씩 가까워지는 과정은 쉬워 보이지만 열여섯 살에게도 꽤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같은 공간에 오래 있다고 해서 학생들이 저절로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다. 해마다 반의 분위기가 다른 만큼 친해지는 방식도 늘 같을 수 없다. 그래서 교사는 그해의 학생들에게 맞는 변화구를 고민해야 한다. 때로는 그런 작은 계기 하나가 교실의 분위기를 바꾸고 서로의 거리를 좁히는 시작이 된다. 올해 우리 반에게는 숲에서 함께 보낸 45분이 바로 그 시작이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26/04/14 [17:33]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